호훙키에서 먹은 콘지
Posted 2014. 12. 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Viva Hongkong이번 여행에선 점심 저녁으로 직원들이 블로그들에서 고른 맛집들을 찾아 다니는 게 일이었다. 맛집에 목숨을 거는 정도는 아니지만, 기왕 왔으니 찾아가서 먹어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지라 동선도 그에 맞춰 짰다. 둘째날 용의 등뼈 능선 트레킹을 마치고 찾은 곳은 코즈웨이베이에 있는 완탕면 전문점 호훙키(何洪記). 1946년부터 시작해 60년 된 맛집이다.
블로그들이 알려주는 대로 구글 지도를 따라 찾아가노라면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주변에서 뱅뱅 돌 때가 있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현지인들에게 길을 물어야 하는데, 돌아오는 답은 근처로 이사갔다는 말. 포기하고 다른 식당을 가느냐, 옮긴 곳을 새로 찾아가느냐의 갈래길에서 신기하게도 대부분 후자가 선택됐다(혼자 하는 여행이었다면 당연히 전자를 택했을 듯). 호훙키는 하이산 플레이스(Hysan Place) 12층 식당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후홍키의 명물은 뜻밖에도 콘지(Congee)였다. 콘지는 흰 쌀죽으로 중국 사람들이 아침에 먹는 기본 음식인데, 달걀이나 야채, 고기를 취향대로 일종의 토핑처럼 추가할 수 있다. <황제의 딸> 같은 중국 사극에 임금과 신하들이 회의하기 전에 한 그릇 훌훌 떠 먹는 장면이 나온다.
뭐 꼭 아침에만 먹는 건 아니고, 오전의 트레킹에서 살짝 더위를 먹어 입맛을 잃은 직원 하나가 늦은 점심으로 먹어보겠다고 해서 달걀이 들어간 것과 소고기가 들어간 걸 하나씩 시켜 나눠 먹었다. 둘 다 괜찮았는데, 콘지 고유의 맛을 느끼기엔 심플하게 달걀만 들어간 게 좋았다는 게 중평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완탕면(Wonton Noodles in Soup)은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됐다는데, 새우 완자가 4개 들어간 소 자(HK$34)와 6개 들어간 대 자($48)가 있는데, 나는 당연히 대 자를 시켰다.^^ 면은 우리가 먹는 것처럼 부드럽지 않고 약간 기가 살아 있는 가는 당면 느낌이었다. 북어와 새우 국물맛이 나는 국물은 몇 숟가락 떠 먹다 말았다. 호평들과는 달리 완탕면은 다른 집에서 먹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소고기를 넉넉하게 넣은 넙적볶음면(Stir-Fried Rice Noodles with Beef, HK$80)은 몽골리안풍으로 중국 요리 도구의 핵심인 웍(Wok)을 잘 써서 쎈 불맛을 잘 냈다. 넙적한 쌀국수면엔 볶음간이 잘 배서 살짝 짠 맛이 느껴졌지만, 양도 넉넉해 모두에게 환영받았다. 중간중간 뜨거운 차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 바닥을 내주었다.
반찬 종류나 양에서 넉넉한 인심을 느끼게 하는 우리네 식당들과는 달리 일본이나 대만, 홍콩에선 주문하지 않는 한 별도의 찬이 나오지 않아 늘 아쉬웠는데, 이 집은 테이블마다 무 피클통이 있어 맘껏 덜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차 값도 따로 받는 동네인지라 종업원에게 이 피클 공짜냐고 두 번을 물어보고선 신나게 덜어 먹었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는 메인 홀 바깥쪽에 나있는 반오픈형 4인석이었는데,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카페 분위기가 났다.
'I'm traveling > Viva Hongko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선은 대가리가 갑이다 (4) | 2014.12.05 |
---|---|
홍콩의 남과 여 (0) | 2014.12.04 |
학카훗에서 먹은 딤섬 (2) | 2014.12.02 |
홍콩의 얼리버드 셋 (0) | 2014.12.01 |
줄 서서 사는 Jenny 쿠키 (2) | 2014.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