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카훗에서 먹은 딤섬
Posted 2014. 12. 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Viva Hongkong홍콩 하면 쉽게 떠오르는 음식은 딤섬(點心)이다. 식사 사이에 먹는 간단한 음식에서 유래된 딤섬은 고기나 야채, 새우 등이 들어간 작은 만두라고 보면 되는데, 홍콩에 왔으니 딤섬을 안 먹어줄 수 없는 일이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번화가인 침사추이에 내린 우리는 숙소 체크인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폰 지도를 보면서 첫 식사 장소를 찾아갔다.
딤섬 전문점인 학카훗(Hak Ka Hut)은 한자로는 객가호기(客家好機)라고 쓰는데, 학카(客家)는 위진남북조 시기(3-6세기) 전란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이민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중국 대륙 남쪽과 대만, 홍콩,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지에 퍼져 사는 이들은 생활력이 강하며, 상술과 이재(理財)에 뛰어나 화교자본가들 가운데는 객가들이 많다.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인데도 빈자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걸 봐서 굉장히 성업중인 식당 같았다. 뜨거운 우롱차 주전자가 나왔는데, 우리와는 달리 공짜가 아니라 계산할 때 머릿수대로 $6(800원 정도)씩 차값을 따로 받는다. 리필되는 뜨거운 물은 따로 받지 않는 게 고마울 정도.^^
딤섬의 대표 격인 고기가 들어간 샤오롱바오와 새우가 들어간 하가우를 두 판씩 시키고, 맛이 어떨지 조심스러워 일단 먹어보고 더 시키자는 생각으로 속이 들어 있는 꽃빵과 납짝한 새우 물만두 비슷한 걸 시켰다. 블로그들이 추천하는 집답게 맛이 괜찮았다. 간장을 듬뿍 둘러나온 납짝 물만두는 만두피가 찹쌀로 만든 것 같이 쫄깃한 게 식감이 좋았다. 우리가 시킨 것들은 다행히 다들 입맛에 맞았다.
샤오롱바오나 하가우 같은 딤섬은 맛도 있지만 한 입 깨물어 속을 살펴보면 재료를 아끼지 않고 충분히 쓰는 데서 맛이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작은 새우가 통실하게 들어 있다든지, 만두피 안에 육즙이 흘러 넘치게 만든다든지 하는 전통 있는 맛집들의 노하우는 단골들은 물론 멀리서 온 이방인들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는 보증수표와 같다.
객가들의 상술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뛰어난데, 잘 먹는 우리 테이블을 지나던 여종업원이 빵처럼 생긴 걸 권하면서 자기네 대표 디저트인데 주문하겠느냐고 물어왔다. 앞에서 먹은 딤섬들이 대체로 괜찮아 크게 실패하진 않을 것 같아 세 개 들이 한 접시를 시켜 반씩 잘라서 먹었는데 오! 뜻밖에 괜찮은 맛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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