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얼리버드 셋
Posted 2014. 12. 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Viva Hongkong많이 걸어다니는 도시 여행의 피로 여파로 홍콩을 떠나는 마지막 날 새벽에서야 침사추이 골목들과 근처 구룡 공원 아침 산책을 할 수 있었다. 10월의 마지막날과 11월의 첫날이 흘러가고 있었다. 홍콩은 토요일도 일하는지 지하철역 입구와 인근 건물들에 출근 인파들이 몰려 한적한 토요일 아침을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달랐다.
길 건너편 구룡 공원에 들어서니 울창한 나무들 뒤로 초고층 아파트들이 서 있고, 미로공원처럼 생긴 키 작은 나무들 사이로 운동 나온 이들의 체조하는 모습이 보인다. 홍콩이나 대만, 중국 하면 떠올리는 장면 중 하나인데, 얼핏 보면 체조가 아니라 그저 아주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정도로 보인다.
홍콩 사람들은 남녀 60세면 부동석(不同席)인 겐지, 남자들은 주로 남자분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분들끼리 모여 운동을 하고 있었다. 재밌는 건, 남자분들 사이에 여자분들이 끼어 있는 모습은 볼 수 있지만, 여자분들 사이엔 남자분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 남자분들의 운동하는 모습은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틀어놓은 것처럼 아주 느리고 고요하기까지 했는데, 특별한 리더 없이 간단한 몇 가지 동작이 천천히 반복됐다.
여자분들의 운동은 조금 달랐는데, 맨 앞에 리더인듯한 분의 동작을 따라하거나, 아니면 소형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간단한 에어로빅 비숫한 체조를 하는 것 같았다. 운동 복장은 따로 없고, 편하게 입는 라운드 셔츠에 긴 바지 차림인데, 아무래도 흰색 런닝셔츠 차림의 남성들에 비해 컬러풀했다. 대체로 같은 시간대에 공원 같은 지점에 온 이들과 자연스레 한데 어울려 몸을 푸는 것 같았다.
이분들을 공원의 얼리 버드(Early Bird)라 불러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지만, 공원 한쪽엔 제대로 된 얼리 버드들이 새벽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 연못가를 수놓고 있는 홍학들이었는데, 얼추 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준수한 홍학들이 길고 가느다란 다리로 서서 아침 식사인지 샤워인지 모를 동작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홍콩을 떠나는 날 아침에 모처럼 얼리 버드가 되어 봤더니 또 다른 얼리 버드들이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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