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국수교회
Posted 2014. 12. 30.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
올해 마지막 주일예배는 다니던 교회가 아닌 양평 국수리에 있는 국수교회에서
드렸다. 요령부득 함량미달의 변증설교를 두 주 들었더니 머리에 쥐가 나고 뿔따구가
나서 시리즈 마지막 세 번째까지 참고 들었다간 AC하면서 욕이 나오거나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할 것 같아 건강과 평화를 위해^^ 방향을 튼 것이다.
두 주간 죽을 쑨 게 구성원 모두에게 공감됐던지, 마지막 주일엔 안식년으로 쉬고
있던 담임목사가 설교 시간에 대담 사회자 형식으로 긴급 등판했다는데,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참에 오랜만에 다른 교회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던지 별 태클 없이 콜! 해 주었다(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면…).
국수교회는 양평 국수리에 있는데, 양평 청계산 갈 때마다 둥그렇게 생긴 교회
건물이 특이해 보였고, 음악회 등 공연을 종종 한다는 소문에 기회가 되면 방문해
보고픈 교회였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배가 11시가 아닌 10시에 있다는 걸 알았는데,
도시 교회가 아닌 시골 교회라서 일찍들 예배 드리는 것 같았다. 우리집에서 팔당대교
건너 차로 20분 정도 거리였다.
바깥에서 보이는 돔 모양의 원형 교회당 안에 들어서면 전면에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돼 있고, 무대를 겸한 강단을 중심으로 회중석이 원형 경기장처럼 배치돼 있다.
(카메라를 놓고 가서 아이폰으로 겨우 몇 장 찍었다.) 3백 명 안팎을 수용할 만한 크기인데,
강단에 선 목회자는 물론 회중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게 돼 딴짓할 수 없는 구조란 게
일단 맘에 들었다. 꾸벅꾸벅 졸거나 괜히 폰질 하다간 다 들킬 것 같았다.^^
어린아이들까지 함께 앉아 찬양하며 예배 드리다가 적당한 시간이 되면 아래로
불러모아 축복한 다음 주일학교로 보내는 것도 정겨웠고, 설교자가 원고를 다 외워
이야기하듯 편하게 설교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아 좋았다. 찬양대 없이 남녀 전도회를
기반으로 한듯한 팀별로 순번을 정해 나와서 노래하는 순서도 보기 좋았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자신들보다 형편이 어려운 시골교회를 형제교회라 부르면서
역시 팀별로 방문해 함께 예배 드리라고 파송하는 순서였다. 이 날은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교인 10여 명이 강단 앞에 나와 함께 기도한 다음 출발했는데, 얼마 간격으로
이런 시간을 갖는지 모르겠지만, 이웃을 돌아보는 이들의 따뜻한 파격이 느껴졌다. 예배 후
식사를 제공했지만, 처음이라 어색할 것 같아 바로 앞에 있는 국수리 국수집에서 된장
수제비와 부추수제비를 맛있게 먹고 돌아와 검단산에 갔다와서 K팝스타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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