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세 바퀴를 달리다
Posted 2010. 7. 16. 10:21,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이번에 휘튼대학에 일주일간 머무는 동안 흐뭇한 비밀을 하나 갖게 되었다. 시차 등으로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거의 매일 아침 6시에 핸드폰 알람 소리가 울리면 일어나 반바지에 라운드 티를 걸치고 카메라만 들고 산책에 나섰다.
그 중 사나흘은 트랙이 깔린 운동장에 갔는데, 처음엔 400m 트랙을 두세 바퀴 가볍게 걷고, 다음날엔 두 바퀴를 걷는 것보다는 살짝 빠르게 뛰었고, 셋째날엔 조깅하는 기분으로 세 바퀴를 달린 것이다. 그러니까 천 미터를 넘어 1,200m를 한번에 달려본 것이다. 와우~
한 번 달려보고 싶은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막상 실행하진 못하고 있다가 멋진 트랙을 보는 순간 마음이 동하고 몸이 함께 움직여주면서 그냥 해볼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엔 멋진 폼으로 트랙을 돌고 있는 미국 사람들이 자극이 되기도 했다. 아주 잘 달리는 남자뿐 아니라, 친구와 함께 제법 꾸준하게 트랙을 돌면서 대화를 나누는 늘씬한 미녀들을 보면서 그냥 걷기만 하는 게 무색해지면서 나도 한 번 하는 생각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운동장의 미식축구 전광판은 남은 시간과 남은 다운(공격기회) 횟수, 그리고 다음에도 공격권을 유지하기 위해 돌파해야 할 야드 수(미식축구는 공격권을 갖게 되면 세 번의 찬스에서 10야드를 전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땐 상대 진영으로 멀리 차서 골 라인에서 최대한 먼 데서 공격하게 한다)를 보여준다. 남은 트랙 수를 보여주는 것인양 상상하며 달리니, 조금 힘이 났다.
미식축구장 옆 보조경기장에선 풋볼이 아닌 싸커를 하고 있었다. 우리네 조기축구인 셈이다. 월드컵 기간 중이기도 했지만, 미식축구의 나라 미국도 축구가 제법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았다. 미국까지 와서 새벽마다 산책을 나가다 못해 드디어 달리기까지 하다니, 스스로 대견했다.
'I'm traveling > KOSTA US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휘튼의 창가에서 (6) | 2010.07.23 |
---|---|
BGC(빌리 그래함 센터) (2) | 2010.07.22 |
Dance-Relax-Dream (0) | 2010.07.13 |
150년 된 휘튼 대학 (8) | 2010.07.09 |
휘튼에서 아침산책 (2) | 2010.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