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튼의 창가에서
Posted 2010. 7. 23. 10:41,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외국에 가면 모든 게 이국적이고 이채로워서 별 거 아닌 것도 새삼 새롭게 보이곤 하는데, 창문도 그랬다. 사실 많이 돌아다니고, 그래서 피곤해서 창문에 눈길을 주기 쉽지 않았지만, 며칠 머무는 동안 담백한(simple한) 느낌을 주는 창문에 모처럼 시선이 머문 순간들이 있었다.
휘튼대학 맥나미스홀 기숙사 2층에서. 방안에 있는 사람은 밖을 볼 수 있는데, 밖에선 안이 안 보인다. 들어오는 햇볕을 가리기 위해 블라인드가 쳐 있다. 넓은 잔디광장에 X자로 보행로가 나 있고, 나무 그늘 아래엔 벤치도 있어 삼삼오오 둘러앉아 아침 QT나눔을 갖는 친구들도 보였다. 간간이 새 소리도 들렸다. 대체로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맥나미스홀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면 복도 층 사이로 원형 창을 몰 수 있다. 햇살 무늬라고 해야 할까, 팔각 창문에 비치는 풍경은 대체로 아름다웠다. 간혹 저 창 아래 앉아 시나 편지를 쓰는 친구도 있었겠지.
이번에 강의는 사흘 모두 다른 건물에서 했는데, 목요일 블랜차드 홀이란 멋진 건물에 조금 일찍 도착했더니 아직 아무도 안 와 창문 이쪽 저쪽을 오가며 찍어봤다. 사진으로는 별 감흥이 안 살아나는데, 당시엔 약간 고요하고 신비스런 느낌도 났다.
휘튼 대학 식당에서 이른 저녁밥, 아니 저녁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천장을 찍었다. 높기도 하거니와 삼각지붕이 나무로만 아니라 유리로도 돼 있어 채광이 좋았다. 네들은 좋겠구나. 밥을 먹으면서도 가끔 하늘을 보며 꿈을 꿀 수도 있고. 작은 배려가 기분 좋게 다가왔다.
여긴 시카고 다운타운 미시간 거리인데, 옛날 워터 타워 있던 자리에 작은 기념관이 있어 들어가봤는데, 별로 볼 건 없었다. 바깥 길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풍경이 오히려 활기차 있었다.
창은 아니고 벽에 난 구멍인데, 치즈케익 팩토리 레스토랑 안에서 바를 흘깃 보게 돼 있었다. 목구멍을 보는 느낌이었다. 저쪽에서도 이쪽을 볼 수 있을 텐데, 아마 느낌이 다를 것이다.
'I'm traveling > KOSTA US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얀 스티카의 "십자가 현장"(The Crucifixion) (0) | 2010.07.25 |
---|---|
꼬리가 무척 긴 화물열차와 Metra (0) | 2010.07.24 |
BGC(빌리 그래함 센터) (2) | 2010.07.22 |
트랙 세 바퀴를 달리다 (2) | 2010.07.16 |
Dance-Relax-Dream (0) | 2010.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