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의 가을
Posted 2016. 10.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작년 늦가을 사인암 점심산책을 마치고 계원대 후문으로 내려오다가 고택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단풍이며 낙엽들이 10월 이맘때는 아니고, 11월 중순 경이었음을 보여 준다. 늘 그렇듯이
며칠 뒤 포스팅할 요량으로 사진들만 올려 제목을 잡고 예약을 걸어 두었는데, 그 사이에 다른
꺼리들이 생기면서 한 번 두 번 밀리다 보니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한 해를 통째로
묵혀두어야 했다. (그러니까 근 1년 가까이 관리자 창에선 맨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시나브로 시월 하순에 접어들었지만 여긴 아직 이런 가을이 오지 않았다. 올해는 초유의
무더위에 다들 고생해서인지 그저 가을이 된 것만도 감지덕지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게다가 단풍이니 낙엽이니 하는 소소한 일상사에 눈을 돌리기엔 세상 돌아가는 게 너무 하수상하고
시끄럽다. 그래서인가, 시간이 흐르면서 잠시잠깐이라도 그저 보너스로 주어지길 바랄 뿐,
서두르거나 애써 욕심내게 되진 않는 것 같다.
그래도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낙엽에 앞서 빠알간 단풍 소식이 기다려지고, 그런 산이나 길을
걷고 싶어지는 게 너남의 인지상정이다. 그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대나무를 배경 삼아 고택의
낮은 담장 위로 단풍 든 담장이가 가을의 무늬를 새기고 있었다. 담장 안쪽서부터 타고 올라온
것들인데, 단풍 든 나무 만큼은 아니어도 그냥 스쳐 지나가긴 아까운, 나름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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