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아우성
Posted 2016. 10. 3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허리 부상을 이유로 3주 가까이 산행을 못하니 몸이 근질거린다. 점심식사도 평소 가는 데가
바닥에 앉는 집인지라 당분간 피하고 의자가 있는 집을 가거나 간단한 걸 사 와서 먹는 등 혼밥을
먹어야 했다.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가을도 한창인지라 단풍 구경도 할 겸 점심시간에 계원대
교정을 찾았다. 예상했던대로 가을이 한창이었다.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면서 가을 공기를 마시며 단풍 구경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머리 위에
새떼는 아니지만 꼭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양쪽 나뭇가지 사이에
빨래줄이라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거미줄에 달린 이파리들이었다. 신기한 장면이었다.
수직으로 아래로 길게 늘어진 것들은 봤어도 수평으로, 그것도 이렇게 옆으로 길게 몇 줄로
빨래줄 모양을 하고 있는 건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아마도 거미줄만 걸려 있었더라면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중간에 달린
이파리들 덕에 어렵지만 이런 풍경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얘들은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공중에서 이런 희한한 장면을 그려내고 있었던 걸까. 워낙 작아 격렬하게 흔들리거나 요란하게
펄럭거리진 않았지만, 파아란 가을 하늘을 배경 삼은 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먼저는 눈으로,
그리고는 가슴으로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