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린 모락산
Posted 2015. 11.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공식적인 올해의 첫눈은 며칠 전이라지만, 본격적인 첫눈은 집은 수요일, 사무실은
목요일에 각각 내렸다. 첫눈 내린 모락산을 금요일 점심 나절에 걸어봤다. 산길과 나무들에
수북하진 않아도 제법 눈이 덮인 게 겨울 분위기를 내기에 손색 없었다. 아침 나절엔 영하로
살짝 내려가지만, 아직 얼어붙을 정도로 춥진 않아 밟으면 쉬 부서지고 바람이라도 불면
후두두둑 쓸려내려가곤 했다.
산길 나무 계단엔 앞서 지나간 이들의 등산화 발자욱이 움푹 패여 찍혀 있을 정도로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그래도 아직 뽀드득 밟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역시 얼어 붙진
않아 아직 아이젠을 낄 정도는 아니다. 바위 위에도 백설이 살짝 덮혀 있었다. 다음달쯤
본격적인 대설이 몰려 오면 5센티에서 10센티 정도 수북히 덮고, 옆면도 바람에 날려 온
눈발이 암벽 등반하듯 바짝 붙어 있는 풍경을 선사할 것이다.
올 가을에 처음 봤던 사랑의 열매 모양을 한 찔레나무 열매들이 눈길에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갈색 낙엽들 사이에선 일부러 보려고 해야 눈에 띄었는데, 하얀 눈길에선 자기
존재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등산로 초입 텃밭은 봄부터 가을까지 작물을 바꿔가며 등산객들과
눈을 맞췄는데, 거의 농사를 끝내고 김장용 배추 이삼십 포기만 남아 있다. 눈을 뒤집어썼으니
더 추워지기 전에 주말쯤엔 다 뽑히고 다음 봄까지 다시 공터로 남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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