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긴한 선물
Posted 2015. 10.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사인암길을 막 오르기 시작하는데, 나뭇가지에 봉다리 하나가 달려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뻥튀기 몇 개가 들어 있는 봉지가 나뭇가지에 묶여 있었다. 왼쪽엔 계원대학이
있어 아주 가끔 학생들의 설치미술 작품이 숲길에 전시되곤 해(음식이 열리는 나무, 6/18/12),
색다른 과제전을 하나 보다 했더니, 주변에 다른 게 눈에 띄지 않는 걸로 봐서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누가 이렇게 해 놓은 걸까 하는 호기심과, 안에 들어 있는 뻥튀기를 먹어도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거의 동시간으로 찾아 왔다. 근처에 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데서
아웃팅 와서 뒤에 오는 친구를 격려하기 위해 달아 놓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안 좋은 장난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노파심도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아무래도 안 좋은 뉴스들이 생산되다 보니).^^
봉다리 뒷쪽에 혹시 무슨 메모라도 있을까 싶어 돌아가서 보니, 내 의구심은 쓸데 없는
것이었고, 인근에 있는 교회에서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교회 안내지와 함께 전도용으로 걸어
놓은 것이었다. 이 산을 오르내리는 이들 가운데 호기심을 느껴 봉지를 풀러 뜯어 먹으면서
교회 안내 설명서를 읽는 이들이 생기면 좋겠다. 점심 먹고 나오면 교회 이름이 인쇄된
물티슈를 나눠주는 이들이 가끔 있는데, 둘 다 부담 없는 작은 선물 전도법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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