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투
Posted 2016. 4. 1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점심 때 사인암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가끔 계원대 후문을 지나 정문으로 나오는데,
지난 가을부터 본관 외벽에 길다란 펼침막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다. 이 학교는 작년 여름부터
운동장을 파헤치고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인데, 학교 노조에서 겸사겸사 내건 반대 구호를
담고 있다. 이런 건 내용을 봐 줘야 하는데, 디자인부터 눈에 들어 온다. 디자인대학
아니랄까봐서 노조가 내거는 펼침막도 왕세련이기 때문이다.^^
잘 만들었다. 강렬한 두 색이 나란히 걸리면서 눈을 사로잡는다. 가운데에 길게 써 내려간
내용들 위 아래로 펄럭이는 깃발을 든 사람 모양을 크기를 달리해 그려놓고 투쟁과 쟁취를
주장하는 이미지도 강렬하다. 잘 안 보이긴 해도 이마에 끈을 질끈 동여맸을 것이다.^^
다른 투쟁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펼침막들과는 조금 격이 달라보였다(물론 요즘 서울광장
같은 데서 하는 투쟁 현장에 가 보면 전보다 많이 세련된 디자인들을 볼 수 있다).
투쟁에도 불구하고 일이 잘 해결 안 됐는지, 이 펼침막들은 겨우내 계속 달려 있었다.
쉽게 얘기가 되고 해결방안이 모색되지 않은 채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하긴 말로
될 것 같았으면 진작에 됐을 텐데, 말이 안 통하니까 이런 방식의 투쟁으로 전화됐을 것이다.
약간 경사진 정문을 올라가면 구름다리 모양을 한 건물이 보이는데, 여기 외벽에도
펼침막이 내걸렸다. 본관에 건 걸 똑같이 두 개 걸고 그 옆에 하나를 추가했다.
빨간색과 노란색이 나란히 걸려 있을 때도 강렬했는데, 빨간색을 하나 더 걸어 놓으니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 이번엔 세로쓰기가 아니라 가로쓰기를 해 놓았는데, 읽어보니 학교
고위층 보고 각성하란 내용인데, 보는 내가 각성이 됐다.^^ 음~ 당사자들은 절박하게
부르짖는데, 관계자가 아니라고 변두리 부수적인 걸로 화제 삼는 게 거시기하긴 한데,
그래도 투쟁-쟁취에 한 표 던지는 거니까 잘 해결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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