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좋은 날, 그림 좋은 날
Posted 2016. 3.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토요일 늦은 오후 오랜만에 버스와 지하철 타고 외출하고 돌아와 노곤한 몸을 소파에
비스듬히 눕히다시피 해서 TV를 보고 있는데, TV보다 더 재밌는 풍경이 그 옆에서 연출되고
있었다. 얼마 전에 끝냈는지 아내가 수채화 한 장을 다른 그림 위에 올려 놓았는데, 봄날
주말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럴듯한 포즈로 감상하는 그림자 그림을
흰 벽면에 그리고 있었다.
지난 겨울 붙잡고 있던 작품 하나 끝냈으니 나를 포함해서 식구들 보라고 올려 놓은 건데,
무심한 식구들이 반색은커녕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번엔 햇볕까지 동원한 새로운 기법으로
눈길을 붙잡으려 한 것 같다.^^ 그제서야 그림에 대한 대화가 시작됐다.
- 무슨 꽃이냐? 금계국이다.
- 어디냐? 남한산성이다.
- 언제쯤이냐? 지난 봄 풍경이다.
그림자 속 발리풍 목각인형처럼 턱에 손을 괴고 뚫어지듯 그림을 바라보거나 아프리카풍
목각인형들처럼 좀 더 진지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면서 색감이 어떻고, 돌담 배경이 어떻느니,
그날 오후의 햇볕이 어떻다 등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어야 했건만, 지극히 사실적인 질문만
던져대니 작가도 길게 대답하고 설명할 흥이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작가는 좋겠다.
항상 그림을 봐 주고, 매일 오후면 어김없이 찾아와 느낌을 표현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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