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품격 - 오사카 맨홀과 교토 쓰레기통
Posted 2016. 6. 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우리나라도 지자체별로 도시 슬로건이나 엠블럼을 위시해서 다양한 멋내기를 시도하는데, 오사카를 걷다 보면 다른 도시에 비해 세련되고 멋있는 맨홀 뚜껑이 눈에 띈다. 도시의 랜드마크 격인 오사카성과 벚꽃을 새기고, 몇 가지 은은한 컬러까지 사용한 맨홀 뚜껑은 모르긴 해도 세계 어디다 내놔도 뒤지지 않고, 어쩌면 필적할 상대가 없을지 모르겠다.
건물이나 눈에 띄는 조형물도 아니고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니는 땅바닥 맨홀 뚜껑에 굳이 이렇게 예술적 디자인을 가미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말씀이다. 이런 구석을 이렇게 장식할 수 있다는 게 내겐 이 도시의 품격이랄까 자부심 같은 걸로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도시 안에 맨홀 뚜껑 놓을 자리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대충 아무렇게나 만들기보다 밟히더라도 도시의 정체성을 새겨 놓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읽혀진다.
교토에선 거리의 쓰레기통이 내 눈길을 끌었는데, 블랙에 가까운 짙은 회색조에 둥그런 모자랄까 뚜껑이 독특해 보였다. 어찌 보면 우주인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마치 임진왜란 같은 사극에 나오는 무장한 병사들의 투구처럼 보였다. 도쿄로 옮기기 전 오랫동안 수도였던 동네의 자존심으로 읽혀졌다.
게다가 혼자 있지 않고 2인1조로 나란히 서 있는 게 꼭 도시를 지키는 모양새였다. 투입구는 그냥 오픈돼 있지 않고 조금 두꺼운 투명창을 달아 버릴 땐 위로 들어올릴 수 있고, 보통 땐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세심함 같은 게 읽혀졌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작은 도시 인프라 하나가 그 도시에 대한 인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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