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남녀
Posted 2016. 11.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허리 때문에 쉬던 등산을 3주 반만에 재개했다. 잘 쉬어서 좋아졌지만 다시 재발할지 몰라
조심조심 쉬엄쉬엄 워밍업을 시작했다. 한여름 한겨울도 아닌 이 가을날에 그저 바라만 보고
있자니 좀이 쑤셔 가볍게 산길에 접어들었다. 그새 다리도 무거워졌는지 게으름을 피우길래
주말을 기약하며 중턱까지만 갔다가 내려왔다. 가을 산길의 느낌이 좋았다.
앞에서 부부로 보이는 등산남녀가 오르고 있었다. 아직 자켓 모자를 뒤집어쓸 정도의
날씨가 아닌데다, 옷 스타일이 50대 중후반에서 6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됐다. 뒷짐을 지고
앞서 걷는 남자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왼손에 폴대를 쥔 여자는 천천히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둘의 간격은 벌어졌다 좁혀졌다를 반복했는데, 서로 통하는 뭐가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벤치가 놓인 곳에서 등산남녀는 각각 하나씩 차지하고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역전이 일어났다. 남자는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모으고 길게 누워 요동하지 않았는데,
여자는 팔을 벌려 다리를 직각으로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다양한 다리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만 보면 집에서 뉴스 보면서 쉬려는 남자를 여자가 구슬러 데리고 나온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이 누워 쉬는 벤치 사이 나무밑에 남자가 매고 있던 작은 크로스 쌕이 놓여 있었다.
모르긴 해도 보온병에 담은 물 한 병과 사과나 감 또는 찐 고구마 정도가 들어 있지 않았을까.
산을 오르내리거나 쉴 때는 서로의 페이스에 맞추다가 먹을 땐 함께하는 전형적인 중장년 부부
등산남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지점번호로 새 단장한 등산로 표지 (2) | 2016.12.15 |
---|---|
거인 발자국 같은 후박나무 낙엽 (0) | 2016.12.13 |
돌담 단풍 (0) | 2016.11.01 |
소리 없는 아우성 (0) | 2016.10.31 |
고택의 가을 (0) | 2016.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