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쉬어가면 되지
Posted 2017. 1.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겨울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게으름을 피우면서 띄엄띄엄 산에 오르려니 보이는 벤치마다
어이쿠 반갑구나 쉬어가자 모드가 된다. 점심 때 사인암 가는 길엔 30분 오르는 동안 벤치가
세 번 나오는데, 봄가을엔 쉬지 않고 내쳐오르지만 겨울이면 한두 번 앉아 쉬던 걸 요즘은 보이는
족족 쉬게 된다. 산길에 벤치가 있다는 건 그 앞이 오르막 언덕이었다는 건데, 다리에 힘도
빠지고 숨도 차오르다 보니 도무지 안 앉았다 갈 수 없는 것이다.
재밌는 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1분 정도 앉아 있다 보면 안정을 찾고 다시 오를 힘이 생긴다는
거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힘보다는 의지가 발동하는 건데, 무리하지 말고 그냥 이쯤에서 내려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타협안에 가끔 손을 들어주긴 해도, 이상하게 대부분은
다시 올라가는 편을 택하게 된다는 게 영 신기하다.
다시 오를 길은 올라온 길 못지 않게 또 몇 분 지나지 않아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후덜거릴
텐데,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나 싶은 순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더 가면 다시 앉아
쉴만한 데가 나오고, 그렇게 두어 번 밀당을 하다 보면 어느새 꼭대기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걸 몸이 먼저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기한 건 1분 정도 적당히 쉬어야지 그 반쯤 쉬면 몸이 준비되지 않고, 그 이상 길게 쉬면
몸이 식어 다시 오르고픈 의욕이 안 생기거나 반감해 십중오육은 그냥 내려가기 쉬워진다는
거다. 쉬는 것도 리듬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히 쉬어야지, 마냥 쉬면
리듬이 흐트러지면서 오늘은 이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과유불급인가 보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모니 (0) | 2017.01.14 |
---|---|
겨울 텃밭 (0) | 2017.01.13 |
모락산 사인암 파노라마 풍경 (0) | 2017.01.08 |
허접하지만 꼭 필요한 (0) | 2016.12.25 |
겨울철 후박나무 (0) | 2016.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