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후박나무
Posted 2016. 12.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훌훌 다 벗은 겨울산은 눈 내린 날 설경 말고는 다른 계절에 비해 볼품이 없는데, 낙엽이 거의 떨어진 겨울나무들은 앙상해진 대신에 뻥 뚫린 하늘 구경을 시켜주고, 나무 본연의 모습에 주목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울창했던 여름이나, 신록과 단풍 등 주변부 풍경으로 눈길을 끌던 봄 가을과는 조금 유가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것 같다. 거인 발자국처럼 커다란 잎을 달고 있던 후박나무들이 후두두둑 떨어뜨리고 매끈한 줄기와 가지를 드러냈다.
커다란 잎과 함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매끄러운 줄기가 특징인 후박나무는 수피(樹皮)가 반들반들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체로 가볍고 얕게 세로 무늬가 새겨 있는데, 멀리서는 식별할 수 없고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보인다. 훤칠한 키에 비해 홀쭉한 몸매는 매우 단단해 보이는데, 잘 자라면 목재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겨울 산행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고개 들고 나뭇가지 사이로 시원한 하늘 바라보는 건데, 복잡한 신경계 같기도 하고 실핏줄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물감을 흩뿌린 것처럼도 보이는 가느다란 가지들이 하늘을 배경 삼아 연출하는 풍경은 근사한 게 그림이 따로 없다. 가로 세로 사진 중 어느 게 나을까 저울질하다가 각각의 매력을 놓치기 아까워 둘 다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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