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에서 만난 호적수
Posted 2017. 9.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목요일 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썰전>을 봤는데, 처음부터 싸드(THAAD) 추가배치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논쟁이 오갔다. 보수-진보 양 진영 논리를 설파하는 두 논객은 민감한 이슈를 놓고 치열하게
일합을 겨뤘는데, 관전자 입장에서 손을 들어주자면 무승부에 가깝지 않나 싶었다. 처음 주제를 봤을 땐
아무래도 진보적 시각의 유시민의 논거가 힘을 받지 않겠나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보수적
시각으로 중무장한 박형준의 공세와 방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근 이 프로의 인기를 주도해 온 유 판서의 해박한 논리와 설득력도 여전했지만, 전변 하차 이후
합류한 박형준의 대응논리와 차분한 공격도 만만찮아서 무거운 주제를 풀어가는 논쟁을 지켜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스타일상 유시민이 인파이터였다면 박형준은 아웃복싱을 구사한 셈인데, 서로
라운드를 가져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박 터지는 크로스 게임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보수측의 나름 합리적인 싸드 관련 논거를 처음으로 귀 기울여 듣는 시간이었다.
논리면 논리, 말빨이면 말빨에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까지 구비해 이런 프로에 최적화된듯해 보이는
유시민에 비해 전형적인 신사, 교수 분위기가 나는 박형준의 선전은 솔직이 기대 이상이다. 조금 거친
분석일 수도 있겠지만, 전변이 다소 꼴통보수적인 언어에 아재개그를 섞어 유시민에 겨우 맞섰다면,
박형준은 중도보수적인 시각에 걸맞는 차분하면서도 예리한 언어 구사로 유효 포인트를 따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아 보인다. 썰전은 대타를 잘 구했고, 유시민은 호적수를 만난 것 같다.
'I'm wandering > Joy of Discove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um 꽃검색 (0) | 2017.09.27 |
---|---|
두 발 번쩍 들고 달려 (0) | 2017.09.22 |
갭쇼핑 (0) | 2017.09.10 |
그뤠잇! 스뜌삣!! (0) | 2017.09.08 |
빈티지 카 (0) | 2017.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