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을 밟다
Posted 2010. 10. 30. 19:28, Filed under: 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테이블 마운틴에 워낙 꽂혀 뒤로 밀리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간다고 하면 누구나 첫손에 꼽고 기대하는 것이 흔히 아프리카 최남단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희망봉을 밟는 것일 겅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은 희망봉에서 두어 시간 더 내려가야 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희망봉이 최남단이라면 대서양과 인도양이 합류하는 지점이라 두 대양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희망봉에서 보는 바다는 대서양 일색이란다.
케이프타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주변 경관은 희망봉 가기 전에 들린 Cape Point라는 곳이 훨씬 좋았고 모노레일 타고 등대까지 올라가는 코스라 관광객으로 미어터졌다. 모자가 날라갈 만큼의 거센 바닷 바람을 맞으며, 색색의 바다를 걷거나 멈춰서서 내려다 보는 산책 코스는 누구라도 오랫동안 상념에 잠기게 만드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역사적인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밟지 않을 수 없었다. Cape Hope에서 Cape of Good Hope까지는 버스로 20여분 남짓 걸렸는데, 바다 바로 옆에 표지판을 세워놔서 그런지 몸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세찼다.
기왕이면 <아프리카 대륙 최서남단>이란 영어로 된 표지판 뒤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곳은 이미 다른 나라 관광객 수십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계로 비스듬이 옆에서 찍어두고 몸은 붙어 있는 포르투갈어 표지판 뒤에서 인증샷 하나 남기고 서둘러 버스에 올라타야 했다.
5백여 년 전 유럽에서의 긴 항해 끝에 바다 위에서 저 멀리 이 미지의 땅 한 끝을 바라봤던 이들이 느꼈을 희망까진 아니어도, 아프리카 남서단에 섰다는 환희, 그리고 내일이면 돌아간다는 기대로 두 주간에 걸친 케이프타운 여정은 막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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