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의 동상 앞에서
Posted 2010. 11. 5. 11:25, Filed under: 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남아공에 다녀오면서 어쩌면 제일 먼저 언급했어야 할 사람을 붙잡아두고 있었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90이 넘은 그를 빼고 남아공을 말한다면 소가 웃을 것이다. 그만큼 만델라는 남아공 현대사의 살아 있는 전설이고, 그의 발자취는 남아공 전역에 퍼져 있었다.
테이블 마운틴 자락에 있는 키르텐보쉬 식물원에서 만델라와 처음 조우했다. 비록 청동 흉상이지만, 활짝 웃고 있는 그에게서 강한 포스와 함께 친근감이 느껴져 감히 옆구리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고 말을 건네 봤다. 어때요? 그렇지, 뭐! 원래 흰색 모자는 잘 안 쓰는데, 두어 달 전에 포레스트님이 선물해 준 것이다.
두 번째로 그를 본 것은 드라켄스타인 교도소 앞에 우뚝 서 있는 동상이었다. 만델라는 27년간 세 곳의 감옥에 있었는데, 마지막 3년간 있었던 곳이 바로 이 곳이다. 1990년 2월 11일 그는 이 감옥을 뚜벅뚜벅 걸어나오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군중들과 언론 앞에서 이렇게 주먹을 불끈쥐었다. 이름하여 <자유의 발걸음>. 나중에 그의 자서전 제목이 되기도 했다.
동상 뒤로 보이는 건물이 교도소 정문인데, 관광버스들은 수시로 관광객들을 이 역사적인 장소로 안내하고 있었고, 다들 내려 그의 동상 앞뒤를 살펴보며 사진도 찍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 동상은 2008년 7월 90세가 된 만델라가 보는 앞에서 베일을 벗고 공개됐다. 그러고보니 70세가 되는 해에야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됐으며, 그후 10년간 정치 일선에서 활동하고 지금은 여전히 정신적 지도자로 남아 있다는 말이 된다.
바로 옆 철조망에는 그 당시 사진이 대형 현수막으로 걸려 있었다. 올해로 그가 풀려난 지 20년이 되었는지, 뭔가 기념 사업을 벌이는 것 같기도 하다.
만델라와 손을 붙잡고 있는 이는 역시 남아공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대주교이다. 그가 집전하는 성공회 예배도 참예하고 싶었지만 정보가 부족했다. 투투는 1984년에, 만델라는 1993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가이드의 말로는 남아공에서 10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다니, 만만치 않은 나라이다.
만델라의 발자취를 찾는 여행자라면 그가 18년 동안 복역했던 로벤 섬의 교도소를 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워터프론트에서 로벤 섬으로 가는 배가 하루에 4편 있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 배를 탈 수 없었다. 가이드가 전 날 9장을 예매해 놨는데, 막상 당일에는 10명이 가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누군가 표를 양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9장 중엔 당연히 내 표도 있었지만, 이럴 땐 누구라도 먼저 포기 선언을 해야 평화가 오는 법. 사자머리 산과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서 비록 멀리서나마 로벤 섬을 볼 수 있었기에 아무 생각없이 안 가겠다고 해서 그 동안 친절하게 안내해 준 가이드를 편하게 해 주었다. 갔다 온 이들의 말로는 정말 가 볼 만한 곳이었다고 하니, 약간 아쉽긴 했다. 테미블 마운틴 정상에서 왼쪽으론 사자머리 산을, 오른쪽 앞바다로 로벤 섬을 볼 수 있다.
로벤 섬으로 가는 선착장 입구 기념관에는 4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넬슨 만델라의 삶을 상징하는 단어들일 것이다. Freedom-Humanity-Triumph-Co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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