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처 유치원
Posted 2010. 11. 12. 14:59, Filed under: 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케이프타운에 가기 전에 읽은 책에서 디스트릭트 6라는 흑인 밀집 구역을 언급하고 있어 이번에 가 보고 싶었는데, 백인 정부 시절 밀어버리고 칼리처와 그 비슷한 다른 슬럼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했다고 한다.
칼리처는 슬럼가이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전문 가이드와 동행하거나 우리처럼 그 지역에서 선교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지극히 일부만 보고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선교사들도 저녁 8시 전에 나와야 할 정도니 관광객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5년 전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인 선교사 한 가정이 케이프타운에 선교하러 왔는데, 칼리처를 중심으로 유치원을 지어주고 교사 훈련을 중심으로 사역을 하고 있었다.
칼리처를 살펴보면서 엄영흠 선교사는 다른 것을 하기보다 방치돼 있고,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동네마다 유치원을 지어 주는 게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캐나다에 가기 전, 공대를 나온 그는 현대중공업에 근무한 적이 있어 6×14 미터의 건물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재를 공급하는 일까지 하면, 마을 사람들이 자녀들을 위해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스물 몇 개의 유치원을 지었다.
유치원 외벽과 내부는 단기 선교팀과 유치원 교사들의 합작품인데, 제법 유치원 분위기가 나도록 신경 썼다.코카콜라의 상술은 이 동네까지 파고 들어와 유치원 간판을 빨간색 바탕에 흰 글자, 코카콜라 방식으로 달아 주었다.
내부는 소박하고 단출했다. 사실 특별히 꾸밀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맡아주고 교육시키는 데 별도로 필요한 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이 일찍 시작되는 문화라 유치원도 7시부터 시작해 1시 반에 마친다.
수업 시간표와 숫자 인식표도 손글씨 그대로 붙여 놓았다. 우리네 그것과 별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갖고 가지 않았다. 학용품 같은 간단한 선물을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방문객들에게 뭔가를 기대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그냥 가서 아이들을 보고 미소를 지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선교사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아이들은 해맑은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아이들을 하나하나 사진에 담았다. 그 순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어 보였다.
이런, 한쪽 간이침대에 한 녀석이 어디가 아픈지 엎어 누워 있었다. 그래, 조금 누워 있으면 곧 괜찮아질거야. 녀석은 점심 시간쯤 일어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을까.
이 엄청난, 대단한 유치원 사역을 생각해 내고, 이끌고 있는 엄 선교사는 African Leadership이란 선교단체의 남아공 대표로 있으면서 남아공은 물론 인근 남미비아, 보츠와나, 말라위 등지를 순회하면서 일한다.
생긴 것처럼^^ 사람이 수수하고 특별한 권위의식이 없어 좋았다. 매일 새벽 우리를 사자머리 산으로 데려가 함께 등산하고, 집으로 초대해 푸짐한 양고기 브라이를 대접하기도 했다. 나이도 비슷하고, 헤어 스타일도 비슷해 정이 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남아공에서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내 가방이 옛날 트렁크라 가방 무게만 6Kg에 달해 체크인할 때 걸릴 것 같았는데, 어김없이 걸려 책 상자를 꺼내 무게를 줄이고 가이드에게 처리해 달라고 맡겼는데, 그 안에 케이프타운 브로셔들과 함께 엄 선교사의 사역 브로셔가 들어 있었는데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다. 다른 참가자들에게 수소문해 이메일 주소라도 알아놔야겠다.
칼리처를 떠나면서 아이들과, 교사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친구가 된 기분이다. 그래, 한동안 너희들을 잊을 수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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