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너리에 가 보다
Posted 2010. 11.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nderful CapeTown남아공은 멀기도 하거니와 평소 여행 Wish List에 들어있지 않아 특별한 정보가 없어 로잔대회 참가를 결정한 후 여행사가 모집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게 됐다. 그래서 대회 앞뒤 3-4일간 현지 교민이 가이드로 동행하는 투어를 할 수 있었다.
둘째날 투어는 와이너리 방문으로 시작했다. 케이프타운 시내를 벗어나 스텔른보쉬 방향으로 가는 길 양편이 온통 포도밭이었다. 유럽 사람들이 날씨 좋고 물맛 좋은 이 나라에 들어와 초기 단계부터 시작한 일 가운데 하나가 포도 농사였고, 그래서 남아공은 일찍부터 와인 생산국이 됐다.
우리가 방문한 와이너리는 니쓸링쇼프(Neethlingshof Estate). 입구에서부터 마치 골프장을 들어가는 것처럼 조경이 잘돼 있고, 건물도 아름다워 결혼식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있는 곳이란다.
와인 시음장에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으면 이 와이너리가 생산하는 와인 리스트와 와인 잔, 비스켓 그리고 방문 기념 마그넷이 놓여 있다. 옆에는 차가운 물이 담긴 주전자와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통이 사람 수대로 놓여 있는데, 시음한 후 뱉거나 다음 와인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 입을 헹구는 데 쓰였다.
이 날 우리가 시음한 와인은 레드 와인이 셋, 화이트 와인이 둘 해서 모두 다섯 종류였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따라주는 대로 조금씩 맛을 보니, 맛과 향기의 차이를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시음하면서 맘에 든 것을 체크해 두었다가 나갈 때 구입할 수 있었다. 와인에 조예가 깊지 못한 내 입엔 마지막에 나온 마리아(Maria)라는 화이트 와인이 좋았는데, 도수가 조금 낮고 통에 담아주어 선물용으로 한두 병씩 샀다.
우리 일행은 열 명이 넘어 룸으로 안내돼 약간 수업하는 분위기였지만, 어떤 이들은 바에 서거나 아늑한 테이블에 앉아 좀 더 개인적이고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시음 기회를 갖는 것 같았다.
시음을 마친 다음엔 와이너리 구경의 백미 격인(적어도 내게는) 와인 보관소로 안내되었다. 키보다 훨씬 큰 대형 와인통에서 와인이 숙성되고 있었는데, 큰 통은 세로로, 그보다 작은 통은 가로로 눕혀 놓고 날짜와 품종 표시를 해 놓았다.
와인통의 크기를 짐작하게 하려고 와인통 사이에 서 봤다.
시음과 와인 보관소 구경을 마친 다음엔 식당 건물에서 점심을 먹었다. 와인으로 먼저 요기를 한 탓인지, 아니면 와이너리가 안겨 주는 멋진 풍경 탓인지 음식은 좋았지만, 아주 맛나게 먹진 않았다.
식사 후에 조금 걸으니 상당히 넓은 면적에 포도밭이 길게 펼쳐진다. 태양은 뜨겁고 포도 재배에 딱인 토양과 값싼 흑인 노동력이 무한 공급되는 상황에서 와인 산업이 활기를 띨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력을 제공한 흑인들은 저임금에 저질 와인만 마실 수 있었다고 한다.
떠나기 전에 방문객들에게 꼭 필요한 문구가 새겨진 팻말을 봤다. 확실히 얘들은 등산이건 와인 시음이건 각자 책임을 강조한다. 음주운전은 하지 말라는 DDD(Don't Drink & Drive). 일순 야박해 보이지만 합리적인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틀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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