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네 딸기밭
Posted 2010. 12. 2. 07:23,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해인이와 민수가 살고 있는 방 2개에 화장실 하나가 딸려 있는 집이다. 해인이가 세를 얻어 친구나 후배에게 방 하나를 다시 세 주고(Share하고) 있는데, 지금은 같은 교회 후배인 민수가 들어와 있다. 길가에 있고 주차장이 넓고 잔디밭도 제법 넓었다.
재미 있는 사실은, 해인네 집에서 살던 친구들이 대개 결혼해서 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해인은 친구나 후배들을 위해 엄청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례로 볼 때 해인보다 민수가 먼저 결혼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컴퓨터 엔지니어 회사에 다니는 민수는 아침에 일어나거나 퇴근하면 일단 옷을 갈아입고 잔디밭 한구석에 심어 놓은 딸기밭으로 향한다. 그냥 가는 게 아니라 물을 두 통 정도 받아 갖고 간다. 그러니까 딸기밭에 물 주는 일은 민수의 중요한 일상사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민수의 꼼꼼함은 새들이 딸기를 따먹지 못하도록 그물을 쳐놓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물 밑에는 비닐 같은 것도 덮여 있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중간중간 돌로 눌러 놓았다. 애써 지은 딸기 농사를 새에게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허리 숙여 물 주는 저 모습은 민수의 경건을 보여 준다. 모르긴 해도 민수는 매사를 저런 자세로 살 것이다.
오클랜드를 떠나오면서 몇 가지 바램 또는 기도제목이 생겼는데, 그 중 하나는 민수가 딸기 농사를 잘 져서 기대했던 수확을 거두는 것이다. 하얀 딸기꽃이 지면 맺히는 딸기 열매들이 많이 생겨 아침상에도 오르고, 딸기쨈도 담게 되면 좋겠다.
오클랜드에서의 마지막 밤에 민수는 갑자기 내게 자기가 빚은 김치만두가 있는데 드셔보겠냐고 권해왔다. 교회의 어떤 어른이 주신 김치가 너무 많아 만두를 빚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는 것이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사양했는데, 민수가 빚은 만두맛을 못 보고 온 게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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