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ft World
Posted 2010. 12. 6. 11:02,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이번 뉴질랜드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첫 손가락에 꼽을 곳이다. 물론 로토루아의 자연도 좋았고, 데본포트를 비롯해 잠깐씩 가 본 곳들 가운데 맘에 드는 곳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날 오전에 들린 크래프트월드를 빼놓으면 무척 서운할 것 같다.
이날 안내를 맡은 마리아에게 해인은 내 취향과 관련해 꼭 들려야 할 곳 리스트를 전화로 불러 주었는데, 그 중 하나다. 무슨 대단한 곳이길래 iami가 쏙 빠졌나 궁금할 텐데, 뉴질랜드 수공예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으로 생각보다 넓었다.
작은 부스들이 통로를 중심으로 길게 연결돼 있는 구조였는데, 부스마다 다양한 수공예 장인들의 작품이 가격표와 함께 진열돼 있었다. 손으로 만든 각종 공예품과 상품들이 시선을 잡아끌었고, 중간중간 맘에 드는 작품들 앞에선 한참을 구경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동원님이 블로그에 나를 그릇 사 오는 남자로 소개해 오래 연락이 닿지 않던 선배 부부와 통화하는 일이 있었듯, 나는 이런 예쁜 접시들을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생긴다. 다행히 몇 번의 경험으로 이렇게 보기는 좋지만 가져오는 데 불편한 것들은 후순위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발길을 잡아끌면서 지갑을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작은 부스마다 이 나라 특유의 문양과 작가의 창의성이 결합된 다양한 작품들이 예상보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대에 선을 보이고 있었다. 부스마다 노란 색지로 된 안내판은 부스 크기와 한 달치 부스 임대료를 밝히고 있었다. 대부분 가로 120-150 센티를 빌려 전시하고 있었다. 세로 높이는 사람키 정도 됐다.
중간에 잠시 차 한 잔 하면서 쉬어가는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다. 처음엔 함께 구경하던 마리아와 지선은 결국 중년 남성의 못 말리는 아이쇼핑에 지쳐 저 자리에 앉아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대화의 꽃을 피워야 했다.
사실 이런 공간이 누구에게 필요하겠는가. 집안 꾸미길 좋아하고 공예품을 좋아라 하는 아내가 구경하는 동안 남편들이 아이와 함께 무료함을 달래는 공간 아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벽면 한쪽엔 이런 남편 활용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문구와 조건에 조크가 실려 있다.
결국 한 시간 반 정도를 구경하다가 점 찍어둔 것들 가운데 세 개를 샀다. 유기농 오렌지 마말레이드 한 병($8)과 나무로 만든 걸이용 주부 인형($17)과 뉴질랜드 지도와 키위 새가 함께 그려져 있는 30×50 센티 크기의 역시 벽걸이용 까만색 나무 지도($35)를 샀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북섬의 큰 도시 셋을 방문했다. 오클랜드 - 해밀턴 - 로토루아. 첫 여행을 알차게 보낸 느낌이다. 표면이 매끄럽게 광택 처리돼 베란다에 뉘여놓고 사진찍는 내 얼굴과 우리집 베란다가 지도에 반사됐다.^^ 그래, 이런 지도를 샀다는 얘기는..
타일 장식이 멋진 사각 거울이라든지, 뉴질랜드풍의 원색적인 그림이 그려진 접시도 몇 개 사고 싶었지만, 패킹하다 보면 너무 짐이 될 것 같아 마음을 비웠다. 내가 만약 다시 뉴질랜드를 간다면 그 때는 로즈매리와 함께일 가능성이 크고, 그 이유는 나보다 더 이런 공간을 좋아할 그녀에게 여길 보여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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