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전골과 아이스크림
Posted 2010. 12. 8. 10:51,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아침 출근길에 눈발이 조금 내리는 듯 싶더니 지금은 소강 상태다. 오후 늦게 제법 눈이 온다고 하는데, 찌뿌듯한 날씨가 불현듯 뉴질랜드에서 먹었던 사슴 전골 생각이 나게 한다.
화요일 오후에 시작한 뉴질랜드 코스타는 금요일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해인을 비롯한 간사들이 마지막 정리를 하는 통에 강사들과 의전국 간사들은 버스에 몸을 싣고 로토루아(Rotorua)란 이름난 관광지로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코스타가 열린 해밀턴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가는 길은 끝없는 목초 지대였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한식당을 찾았다. 한국 관광객들도 제법 오는지, 옆자리엔 30명이 족히 넘는 단체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버섯불고기 전골인데, 우리 몇몇은 흔히 먹어볼 수 없는 사슴 전골을 시켰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고기는 부드러웠고, 국물도 잘 끓인 쇠고기 전골 맛이었다.
뉴질랜드는 관광지도 저녁 이후엔 한산하다. 아렇다 할 나이트 라이프(Night Life)가 없기 때문이다, 놀기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한국 사람들에겐 답답할 수 있지만, 나같은 스타일엔 딱 어울리는 동네다. 우리 사람, 이런 한적한 분위기 의외로 좋아한다.
다들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 맥도날드에 가려다가 아이스크림도 있는 카페를 찾았다. 수고한 간사들을 위해 연장자 격인 내가 사려 했는데, 결국 사업하시는 3백만 마일리지의 소유자 권 장로님이 쏘셨다. 씨치오라고 읽는지, 치치오라고 읽는지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안이 넓은 이탈리안 카페였다. 식사도 할 수 있고, 와인바도 있고, 우리처럼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시킬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뉴질랜드도 제법 알아주는 와인 생산국이다. 마트의 와인 코너도 풍성하고 데본포트에도 와인만 파는 큰 와인샵이 두어 개 있었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구경만 했다. 다음날 팜 투어를 하다가 주는 키위 와인만 한 잔 시음했을 뿐이다. 맛있더군.
이 집도 직접 만든 케이크류가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조각도 큼직큼직했다. 키위들에겐 1인분이 우리에겐 두세 명이 하나 시켜도 될 만한 크기였다. 디저트 문화가 발달한 탓이리라. 7월에 해인과 함께 들렸던 시카고의 치즈 팩토리만은 못해도 다양한 케이크류를 구비하고 있어 군침 돌게 만들었다.
카페 인테리어도 나름 독특했다. 뭔가 활기차 보이고, 스토리가 많은 분위기다. 서브하는 언니들도 날씬과 통통의 대조가 완연했다. 칠판에 백묵으로 말풍선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는데, 자세히 안 봐도 한마디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 Seize the Day)하자고 권하는 분위기다. 말풍선 하나는 스트레스 받을 때 자기네 디저트 하면서 성질 죽이라고 점잖게 권하고 있다.
예상대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의 양이 장난 아니게 나왔다. 게다가 달기도 무지 달다. 이런 거 사람수대로 시켰다간 돈도 돈이지만, 절반 이상 손도 못 대고 나와야 한다. 이럴 땐 한두 개 시켜본 다음에 나오는 거 보고 다시 주문하는 게 장땡인데, 약간 업 된 분위기에서 이런 칼계산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반쯤 남겨 싸 갖고 왔다.
즐거운 대화와 유쾌한 나눔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어느덧 9시 반. 11시까지 한다는 로토루아의 명물 노천 유황 온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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