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튼에서 먹은 것들
Posted 2011. 7. 3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
코스타가 열린 휘튼에서 한 주간 먹은 것들이다. 휘튼대학 식당은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에겐 다양한 메뉴와 푸짐한 양으로 먹는 재미를 더하는데, 대개 접시 하나엔 샐러드를, 다른 하나엔 고기를 비롯한 다른 음식들을 담아와 먹었다.
샐러드는 재료도 많고 쏘스도 다양하지만, 한국식 샐러드에 길들여진 입맛엔 다소 짜고 강한 맛이라 많이 못 먹게 된다. 음료는 여러 종류가 있고 차도 종류가 많지만, 내가 갖다 먹는 건 언제나 애플 쥬스와 오렌지 쥬스 그리고 커피 한 잔이다.
99년부터 03년까지, 그리고 작년과 올해 도합 일곱 해 여름 한 주간을 휘튼에서 먹었는데, 고기류는 전만 못한 것 같다. 맛있는 비프 요리나 생선은 구경하기 어렵다. 대신 치킨 가슴살은 신물나도록 나온다. 언제부터인지 김치가 메뉴에 추가돼 반가운 마음에 조금 갖다 먹지만, 아무래도 맛에 차이가 있어 많이는 안 먹게 된다.
휘튼의 음식에서 내가 제일 좋아라 하는 것은 연두색 메론과 오렌지색 메론인 캔털럽이다. 다른 건 안 담아와도 이 메론들은 꼭 담아왔다. 올해엔 수박도 있어 식사 때마다 세 과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메론과 캔털럽 그리고 커피 한 잔으로 우아하게 먹고도 싶었지만, 탐하기까진 아니어도 먹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차려진 음식들을 차별하거나 외면하는 게 마음이 아파 늘 최소 한도로 담아와 꾸역꾸역 먹어주는 게 일이다.
한국인들의 모임이라 밥도 있지만, 한국 부페에서도 밥은 쳐다도 안 보는 내가 미국까지 와서 밥을 먹을 리 없다. 밥 대신 언제나 빵을 가져다 먹는데, 다른 음식 때문에 하나 이상은 더 먹을 수도 없다. 주로 버터에 발라 먹는다. 빵의 나라답게 빵맛은 대체로 괜찮았다.
미국 음식엔 디저트가 빠지지 않는데, 비스켓과 달달한 조각 케익들이 몇 가지씩 나왔다. 꽤 달기 때문에 무턱대고 가져왔다간 손만 대고 남기게 되기 쉽다. 잠깐의 고민 끝에 매번 하나씩만 담아와 맛있게 먹어주었다.
게다가 강사들은 정규 프로그램이 끝나는 9시 반부터 강사 휴게실에서 이런저런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 자리에 매일 다양한 야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네 끼를 먹게 된다. 더군다나 식당의 미국 음식에 비해 야식 메뉴는 한국 음식이라 부쩍 손이 가게 마련이다. 먹성 좋은 분들은 여기다가 컵라면까지 해치우는 신공을 발휘해 주위를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나는 아.니.다.).
시카고에서도 모텔이 제공하는 간단한 아침식사와 이른 저녁 정도로 충분했기에 휘튼에 와서도 점심이나 저녁 중 한 번은 건너뛰었다. 딱 좋았고, 집에 와서 몸무게를 쟀을 때 열흘 전과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로즈마리가 한 마디 한다. 오~ 제법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