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ed Some Quiet Time?
Posted 2011. 8. 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Colorful Chicago
휘튼으로 가는 기차 Metra Union Pacific West Line은 2층 기차다. 2층 버스, 2층 비행기는 봤어도 2층 기차는 미국에서 처음 봤다. 시카고 근교에 사는 이들이 가까운 역에 주차해 둔 다음 이 기차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출퇴근하는 것 같았다.
시카고 역이 있는 오길비 센터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엘번(Elburn)까진 18개 역을 지나는데, 휘튼대학을 가려면 12번째 역인 컬리지 애비뉴(College Avenue) 역에서 내려야 한다. 롬바드(Lombard)와 글렌 엘린(Glen Ellyn) 다음이다. 한 시간 조금 안 걸리고, 편도 요금은 $5 조금 안 되는데,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할인 제도를 갖고 있다.
좌석은 구형이라 단순했는데, 등받이를 앞뒤로 돌려 놓을 수 있었다. 차장이 왔다갔다 하면서 티켓을 확인하는데, 작년에 휘튼대학이 있는 컬리지 애비뉴 역에서 다운타운 나갈 땐 티켓 창구에 사람이 없어 그냥 탄 다음 차장을 만나면 요금을 내려 했는데, 마침 독립기념일 휴일이라 승객이 워낙 몰려 미처 요금을 못 내고 본의 아니게 무임승차한 적이 있었다.^^
다운타운의 오길비 센터에서 컬리지 애비뉴 역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내리기 전에 <조용한 시간을 원하시나요? Need Some Quiet Time?>이란 멋진 카피로 시작되는 재밌는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이런! 누가 QT책 만드는 사람 아니랄까봐 Quiet Time이란 문구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일 게다.^^ 기차에서 QT를 하란 광고는 아닐 테고, 도대체 뭔 캠페인인가 싶어 잽싸게 사진을 찍고 들여다 봤다.
아하, 객실 중 하나를 조용한 칸으로 지정하고 조용하게 오가길 원하는 사람은 그 칸으로 가고, 몇 가지 사항을 지키면서 서로 협조하자는 멋진 캠페인이었다. 이를테면 그 칸에선 휴대폰을 끄거나 묵음으로 해놔야 하고, 통화할 일이 있으면 다른 칸으로 가서 하고, 다른 승객과 대화를 자제하고, 이어폰 볼륨도 최대한 낮춰 들으란 것이다.
모든 시간대에 이 Quiet Car가 운영되는 건 아니고, 주중 아침 9시 이전과 3시 반에서 6시 반 사이에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오! 정말 매력적인 캠페인이었다. 우리나라 지하철과 기차도 이런 캠페인을 벌이면 호응이 좋지 않을까 모르겠다. 요즘 워낙 주위 사람들은 안중에 없이 대놓고 별볼일 없는 내용을 무식하게 큰소리로 장황하게 통화하거나 각종 폰질하는 애, 어른들이 많아져 피곤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이런 건 왜 빨리 수입 안 하나 모르겠다.
그 옆엔 자전거 보관칸 광고도 있었다. 승객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하고 주말 승객에게만 허용한다는 건데,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고보면 미국이 기본적으로 지킬 건 지키는 매너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한 수 위, 아니 몇 수는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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