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먹는 라면
Posted 2011. 10.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요즘 대세는 나가사끼 짬뽕과 꼬꼬면이다. 둘 다 전통적인 뻘건 국물이 아니라 허연 국물이다. 값도 조금씩 비싸다. 라면값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보통 네 개나 다섯 개 들이를 마트에서 3천원 안 주고 살 수 있는데, 이 둘은 4천원씩 받으니까 가격경쟁력은 약한 편인데도, 문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고 한다. 소문만 듣고 있다가 드디어 이 두 라면을 사 와서 먹어봤다.
신혼 시절부터 내 당번이 둘 있는데, 커피 끓이는 것과 라면 끓이는 것이다. 둘 다 간단한 작업이지만, 약간의 내공이 필요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잘못하면 맛이 없기 십상이란 말이다. 딴 거 없다. 파와 양파를 조금 넉넉하게 뚝뚝 가위로 썰어 넣는 게 필수고, 감자나 쏘시지는 남은 게 있으면 조금 넣어도 되고, 없어도 무방하다.
코스트코나 마트에 가면 씨푸드 믹스라고 여러 가지 자잘한 해물을 냉동시킨 걸 파는데, 반 웅큼 정도 집어 넣으면 해물맛이 우러나고 먹을 때 씹히는 게 있어 좋다. 씨푸드 믹스는 의외로 쓰임새가 다양해 요즘 우리집에서 환영받고 있다. 볶음밥에도 넣고, 순두부나 찌게에도 넣을 수 있는데, 나가사끼 짬뽕과도 궁합이 잘 맞았다.
내 입엔 나가사끼(위)가 한 수 위로 느껴졌다. 국수집에서 파는 7천원짜리와 바로 비교할 순 없지만, 살짝 그 맛을 내는 것 같았다. 일본 라멘처럼 느끼한 돼지뼈 국물맛이 시원하고 살짝 매운 맛이 나는 게 한 끼 식사로 손색없었다. 반면에 꼬꼬면(아래)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이건 순전히 닭곰탕 맛을 그리 즐기지 않는 내 입맛에 따른 것이므로,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파와 양파를 넣고, 마지막으로 다진 마늘을 반 스푼 정도 넣어 주면 라면 특유의 밋밋한 맛을 조금 줄일 수 있는 게 마지막 팁이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김치 등 반찬 준비와 함께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밥통에서 라면 그릇 바닥에 밥을 조금 담아 놓는 것이다. 다 이유가 있다.
라면을 끓이기 전에 먹을 사람 계수할라치면 손 안 들다가 꼭 다 끓여서 먹을라치면 젓가락 들고 덤벼 몇 젓가락은 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럴 때가 있긴 하다. 그 허전함을 달래려고 미리 밥을 살짝 깔아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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