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버거와 조폭떡볶이
Posted 2011. 10.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와우 북 페스티벌이 열린 홍대 골목에선 책 구경 말고도 구경 거리가 넘쳤는데, 사람 구경과 가게 구경 그리고 길거리 먹거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줄이 늘어선 가게들은 이름도 재밌었는데, 그 중 압권은 젠장버거. 버거가 1,500원이면 일단 가격 경쟁력이 대단한데, 여기에 맛소문도 났는지 늘어선 줄이 삼사십 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줄이 길면 길 가던 사람들도 뭔일인가 해서 기웃거리다가 개중 얼마는 합류하고, 기다리는 이들은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면서 기꺼이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버거를 굽고 뒤집고 채우는 이들의 손길은 피곤할 겨를도 없이 덩달아 분주해진다. 값에 비해 재료도 꽤 실해 보였고, 양도 꽤 돼 하나 먹으면 든든할 것 같다. 모든 게 착착 맞아 떨어지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이런 게 바로 대박집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하나씩 시키는 이들은 별로 없고, 보통 서너 개씩은 주문하는 것 같았다. 값이 싼데다 맛도 있으니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 놓아도 될 법 싶지만, 그런 꼼수로는 고객들을 붙잡을 수 없다. 사람들은 비록 조금 늦더라도 제 눈 앞에서 바로 만들어져 나오는데 열광하는 것 같았다.
요즘은 떡볶이집들도 브랜드 시대가 된 지 오래다. 홍대 이 골목에도 죠스 떡볶이와 더불어 조폭 떡볶이가 있었다. 옆골목으로 가면 몇 개 더 있을 텐데, 죠스와 조폭에도 빈자리가 거의 없어 보였다. 이름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름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브랜드 떡볶이는 이 골목을 누비는 가난한 청춘들에겐 양과 맛 그리고 무엇보다도 값에서 없어선 안될 친구 같을 것이다.
홍대 앞엔 거리 음식들 말고도 먹거리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각종 레스토랑이 넘쳐났는데, 문득 외국 여행하듯 이방인이 되어 - 젊은이들이 대종을 이루는 이 골목에서 왠지 난 이방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토요일 두어 주간을 여기로 와서 반나절씩 어슬렁거리면서 도시 여행과 골목 여행을 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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