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nch Deli Pyrenees
Posted 2011. 11. 2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주일엔 키위(kiwi, 뉴질랜드엔 세 가지 키위가 있다. 먹는 키위, 뉴질랜드의 상징인 날지 못하는 새 키위. 그리고 뉴질랜드 사람들을 일컫는 키위다.^^) 교회를 한 번 가 보고 싶어 해인이 힐송(Hill Song) 계열의 Life Church로 안내했다. 가는 길에 라무에라(Ramuera)에 있는 프렌치 카페에서 브런치를 했는데, 이 집 정말 맘에 쏙 들었다. 브런치로 먹은 건 남겨두고, 일단 이 집 분위기부터.
프렌치 델리 피렌니스는 피레네란 뜻인데, 우유통에 카페 이름을 적고 매달아 놓은 것부터 시작해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카페였다. 은근히 스타일리스트 기질이 있는 해인은 이 거리에 있는 거래처를 오가면서 이 집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제 이 친구에게 남은 건, 정말 꼭 필요한 한 가지는 이 멋진 곳들과 순간들을 함께할 소울 프렌드를 찾거나 만나는 일. 해인, 어떻게 좀 해 봐! 조만간 안 되겠니?^^
밖에서 볼 땐 작아 보이더니 안에 들어서니 제법 길쭉하니 테이블이 많이 놓여 있고, 벽면 장식과 천장 조명 등이 수수하면서도 세련돼 보였다. 중간쯤에 자리잡은 카운터엔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며 주문이 이어진다. 혼자 온 이들도 여럿 눈에 띄었고, 두세 명이 와서 주일 아침의 여유와 한가로움을 즐기는 이들도 많이 있었다. 다 좋은데, 이 시간에 교회들을 다니셔야 하는데..^^ 우리 옆에선 럭비 티셔츠를 입은 금발의 중년 여성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이 카페에 어울리는 이런 분위기, 참 보기 좋다.
근처에 사는 단골이 많은 것 같았는데, 노인들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많았다. 우리도 해인이 주문한 게 나오기 전에 기념샷 한 장 남겼다. 벽돌색이 연출하는 자연스럼 분위기에 어둡지도 환하지도 않은 카페 분위기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리고 앉아서 이것저것 둘러보게 만들었는데, 눈길 닿는 곳마다 자연스러운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따로 온 이들인데, 각자 빵과 커피를 앞에 두고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이고 있다. 이 집에 들어오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딱히 읽을 게 없더라도 이런 분위기로 급속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오래된 익숙함 그리고 차분한 전염성이 이 집의 특징 같다.
아빠와 어린 아들이 개를 끌고 다른집에서 필요한 걸 사 들고는 와서 바깥 테이블에 앉았다. 맨발로 얌전히 앉은 아이는 아빠가 메뉴를 고르는 동안 얌전히 앉아 차들이 달리는 걸 신기한 듯 응시하고 있다. 어른들과 함께 온 아이들도 몇 눈에 띄었는데, 이리저리 수선스럽게 돌아다니지 않는 게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 같았다. 이쯤 되면 귀여운데다가 이~뻐!^^
혼자 온 아저씨는 아마 신문 하나를 다 훑어보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듯한 자세다. 이분에겐 신문 읽기가 꽤 경건한 일처럼 보인다. 십중팔구 그 다음엔 잡지를 넘겨보다가, 그것도 다 지나가야 비로소 거리를 오가는 차나 사람들에게 눈을 돌릴지 모르겠다.
장난감 인형 같지만, 제대로 대접 받는 이 강아지 녀석은 카메라를 들이대니 익숙한 듯 포즈를 취해 준다,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이 개의 주인이겐 얘가 가족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앉아 있던 이삼십 분 남짓한 사이에 카페를 드나드는 여러 사람의 눈길과 손길을 받았고, 녀석은 뭐 이 정도쯤, 하면서 당연한 표정으로 일일이 맞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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