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KOSTANZ 4 - Mount of Victoria
Posted 2011. 12. 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페리를 타고 오거나 자동차로 와서 주차한 다음 데본 포트 입구에서 바다와 함께 처음 보게 되는 풍경은 굉장한 크기의 고목 나무이다. 작년엔 무슨 나무인지 모르고 지나쳤는데, 올해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려 물어보니 놀랍게도 성경에 자주 나오는 무화과 나무(Fig Tree)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나무라 막연히 키 작은 나무겠거니 했는데, 이렇게 큰 무화과 나무가 있는진 몰랐다. 1883년에 심겨진 이 나무는 35미터까지 자란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진다.
이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크고 울창해서이기도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밑둥 때문이기도 하다. 누가 고목 아니랄까봐 거대한 뿌리에서 많은 갈래들이 뻗어나온 것도 인상적이지만, 특이하게 아래 방향으로 거꾸로, 그것도 직선으로 자란 줄기 - 나는 줄기로 이해했는데, 로즈마리는 이것도 뿌리라고 하는데. 해인, 정확한 해석 부탁해! - 가 시선을 끈다. 어떻게 저렇게 반듯하게, 그것도 아래로 자라는 나무가 있을까 궁금해지는데, 가만히 보니 비밀이 있었다.
지지대로 세워 놓은 파이프가 그 열쇠였는데, 저렇게 세워놓으면 그 안에서 굵게 자라면서 땅속으로 파고들어 다른 데선 쉽게 보기 힘든 멋진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다 자라면 저 파이프를 제거해 주고, 그러면 이미 그 과정을 거친 옆의 줄기처럼 되는 것이다. 성장법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지만, 저렇게 해놓으면 땅속의 원래 뿌리와 더불어 저 거대한 나무가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고 자라도록 힘을 보탤 수 있을 것 같다.
데본 포트의 아기자기한 샵들과 스트릿 카페 구경도 재밌는데, 뉴질랜드는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오후 서너 시면 닫는 가게들이 많아 자바 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5시 가까이 되어 나오자 대부분의 샵이 문을 닫고 있었다. 의전팀의 원래 목적대로 그 거리를 지나 나즈막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자동차와 자전거 그리고 보행객 모두 시속 20km 이하로 천천히 여유 있게 서로를 배려하자는 그림판이 몇 군데 세워져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10분쯤 슬슬 산허리를 올라가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페리를 타고 온 건너편 시티 빌딩숲 사이로 오클랜드의 랜드마크 스카이 시티가 우뚝 솟아 있다. 뉴질랜드의 하늘은 거의 언제나 이렇게 맑고 푸르렀는데, 큰 구름들은 손에 잡힐듯이 낮게 형성돼 있었다. 거기선 몰랐는데, 귀국해 출근하자 한 직원이 얼굴이 많이 탔다고 해서 거울을 보니 뉴질랜드의 햇살을 가득 받아온 티가 났다.
그림 같은 풍경들이 이어지고, 전망 좋은 자리에 어김없이 벤치가 하나 자리를 잡고 있다. 벤치에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살다 간 이의 이름이 새겨 있는데, 이곳을 사랑한 시민들 가운데 이렇게 벤치를 기증한 이들이 많았다. 나무도 이름을 붙일 수 있듯이, 벤치도 이름이 있어 앉을 때마다 그 이름을 가만히 불러 본다.
여럿이 무리를 이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는 이, 후미에 처져 여유 있게 오르는 이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는 대개 끝부분 언저리에 있게 되는데, 느려서이기도 하지만 이것저것에 눈길을 주고 가끔은 셔터를 눌러대기 때문이다. 부시맨 같은 포즈로 저 앞에서 손을 흔드는 이는 역시 정탐과 개척에 일가견이 있는 선교사였다.^^
천천히 걸어 2, 30분이 채 안 걸려 빅토리아 산(Mount of Victoria) 정상에 오르자 사방으로 확 트인 끝내주는 전망이 일품이었다. 말이 산이지 약간 높은 언덕쯤이 적당한 이곳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주택가가 한데 어울린 예쁜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하늘과 구름만 있거나 예쁜 주택가만 찍은 사진도 좋지만, 난 이렇게 광각으로 한꺼번에 여러 요소들을 담아내는 사진이 좋다. 이런 사진은 구도만 웬만하면 잘 찍고 못 찍은 게 크게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머물고 싶은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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