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ith Danielion 1 - Eden Garden
Posted 2011. 12.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강사, 간사들과의 토요일 여행을 마치고 주일 아침부터 월요일 저녁까진 다니엘 해인이 우리를 안내했다. 작년부터 뉴코와 나를 연결시킨 특별한 관계이긴 하지만, 도합 10시간도 못 잤을 3박4일 아니, 그 이전의 1박2일 조장수련회, 그리고 그 전 주부터 총무로서 긴박한 준비 등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을 텐데도 피곤을 무릅쓰고 기꺼이 동행해 주었다.
카페 피렌니스에서 인상적인 브런치를 하고 라이프 교회에서 컨템포러리한 스타일의 예배를 드린 다음 해인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에덴 가든(Eden Garden)이었다. 로즈마리가 뉴질랜드의 동식물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생각해 낸 곳 같았다. 입장료는 $8.
에덴 산 동편에 자리잡은 5.5 에이커 크기의 정원은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규모에 약간의 산책로나 낸 정도여서 아주 스펙터클하진 않았지만, 가볍게 둘러보며 산책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든 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우린 어느새 나이 든 축에 속하니까 당연히 좋았다.^^
중간중간 기증자들의 이름을 붙인 산책로 표시판이 있었는데, 나무나 바위, 벤치를 기증한 이들도 있었다. 모르긴 해도 기증자의 상당수는 이 정원을 거닐던 이들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던 곳, 시간 나면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자연을 즐기던 곳에 작은 기부를 해서 더 풍성하고 사연 있는 장소로 만들어 가는 사회 분위기가 정겹게 느껴졌다.
나무 중 하나가 중간에 가지가 갈라지는 지점이 혹부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마치 여왕의 기품 있는 얼굴 같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3월에 타이뻬이 예류 지질 공원에 갔을 때 저런 모양을 하고 있는 큰 여왕바위가 있어 많은 시선을 끌었던 기억이 났다.
뉴질랜드의 상징 중 하나인 펀(Fern) 나뭇잎이다. 고사리과 식물인데, 뉴질랜드의 국민 스포츠 럭비 대표팀 유니폼도 올 블랙에 가슴에 저 나뭇잎 문양이 새겨져 있다. 샵들을 다니면서 가슴에 저 나뭇잎이 작게 새겨진 괜찮은 폴로 티셔츠가 있으면 하나 기념으로 사 입으려 했는데, 바삐 다녀서인지 맘에 드는 게 눈에 띄지 않았다. 작년에 와이카토 대학에서 냉장고용 마그네틱을 사둔 게 있다.
나중에 폴모와 로토루아에서 레드우드 나무를 보면서 놀라긴 했지만, 이 정원에도 내 팔로 다 안을 수 없는 아름드리 키 큰 나무가 있었다. 이런 나무는 좋은 구경도 되고, 나중에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되니 좀 더 웃기는 표정을 지었어야 하는데, 초보 티를 냈다.
뉴질랜드엔 위로만 아니라 아래로도 자라는 나무들이 눈에 띄었는데, 멀리서 잡았는데도 잎이 다 가리지 못한 꽤 큰 나무가 사방으로 가지를 치고 내리고 있었다. 이런 특징적인 나무들은 이름을 알았으면 좀 더 충실한 관찰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일단 직접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크고 처음 보는 신기한 나무들도 좋지만, 이렇게 잘 다듬어진 공간을 걷는 재미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가든 디자이너의 최소한의 손을 거친 벤치 주변이나 큰 화분에 심긴 화사한 꽃은 잔잔한 평화를 건네 준다. 그리고 조금 템포를 늦춰 사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온다.
중간중간 오솔길이 나오면 파트너를 바꿔가며 사진 속 추억이 된다. 이런 데선 굳이 포즈를 연출할 필요가 없다. 그저 좋은 사람 곁에 서서 서로를, 또는 이 공간 어딘가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함께하는 이 순간, 이 공간이 주는 기쁨을 마다하지 않고 만끽하면 그만이다.
에덴 정원에도 카페가 있었다. 실내보다는 바깥 나무밑에 놓인 테이블이 인기다. 테이블 가운데에 꽃을 놓는 대신 색색 받침들을 이어붙여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은 컵에 있는 유기농 설탕맛은 어떨까 해서 슬쩍 하나 가져왔다.
당연히 여기서 직접 만들었을 카페 음식들이 진열돼 있는데, 가짓수도 제법 되고 하나같이 맛있어 보였다. 브런치로 먹은 게 든든하고 이곳 풍경이 주는 풍성함에 취해 그땐 필요를 느끼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셋이 서로 다른 걸 시켜 조금씩 맛을 봐도 근사했을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기분 좋은 산책을 하고선 얼마 전에 새로 단장했다는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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