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마트 풍경
Posted 2011. 12. 2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서너 해 전에 어떤 여행 블로그를 보다가 어떤 사람이 방콕을 사나흘 여행하면서 하루 반나절씩 두 차례 까르푸나 이케아 같은 대형 마트만 며칠 순회하는 걸 여행 컨셉으로 잡은 걸 보고 이거 괜찮은데, 하면서 언제 기회가 되면 나도 다른 도시에서 그렇게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아니, 자주 여행할 기회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비싼 돈 주고 세미나나 행사 일정과 맞춰서 겨우 앞뒤로 며칠 짬을 내는 여행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그 나라 그 도시의 Must See 중에서 일부만 보고 늘 아쉬워하면서 무슨 귀신 수박씨 뱉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 해 보고 싶은 여행 컨셉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쉬운대로 어느 도시를 가든 잠깐이라도 마트 구경은 빼놓지 않고 해 보는 편이다.
뉴질랜드에도 대형 마트 체인이 몇 개 있다. 그 중 작년엔 팍앤세이브(PAKnSAVE)를 들렸고, 올해엔 카운트다운(countdown)과 뉴 월드(New World)를 가 봤다. 이 세 브랜드를 봤으면 웬만큼 본 셈일 것이다. 게다가 유기농 마트 노쉬(nosh)까지 갔으니 뿌듯하다.^^
뉴 월드는 100% 뉴 질랜드 자본과 노하우로 운영된다는 은근한 자부심 구호는 차라리 귀엽다. 나라 전체 인구가 400만 명 정도니 제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라 웬만한 건 수입해 공급하는 상황이라 뉴 월드 같은 토종 브랜드는 이런 기치를 내걸면서 고객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
도대체 왜 마트 구경이 신이 나는 걸까? 마트에 가면 익숙하거나 새로운 물건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 하나하나 유심히 가격이며 재료들을 살피는 게 흥미롭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지만, 그 못지 않게 마트들이 내거는 슬로건이나 인테리어 장식들도 눈을 끈다.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마트들의 홍보 본색은 자기네가 좋은 물건을 제일 싸게 판다는 것,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것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다른 사람들에겐 안 팔고 지금 당신에게만 특별히 판다는 것쯤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고객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지름신을 강림케 해 지갑을 열게 하는 것, 이게 마트의 No. 1 미션이다. 그래서 웬만해선 눈으로만 즐기고 반드시 꼭 필요한 것만 아주 조금만 사겠다는 들어오기 직전까지의 굳센 다짐을 어떻게든 무너뜨리려는 물건들과 밀고 당기는 힘겨운 씨름을 몇 합 겨뤄야 한다.
과일 코너의 컬러풀한 먹을거리들은 언제봐도 매혹적이다. 안 먹어도 배가 불러진다. 유제품들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변주는 눈이 빙빙 돌게 만든다. 신선하고 푸짐해 보이는 고기류와 생선 코너는 이런 데 오길 정말 잘했다는 별점을 마구 쏘게 만든다. 커피와 쨈 그리고 베이커리 코너는 향기부터 다르다. 슬슬 카트에 하나 둘씩 물건이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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