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멋진 아이디어 Co-Operating Church
Posted 2011. 12. 2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1빅2일에 걸친 와이토모-타우포-로토루아 여행을 마치고 폴모네 집이 있는 해밀턴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한 쪽은 개와 또 다른 쪽은 커다란 양머리 건물이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게 됐다. 티라우(Tirau)라는 동네인데, 그리 길지 않은 길 양편으로 옷 가게, 홈 데코, 책방, 앤티크 상점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잠깐 발걸음을 붙들었다.
30분 정도 이 동네 구경을 하다가 커다란 양치기 동상 옆으로 아담한 교회 건물이 보였는데, 교회 이름이 특이했다. 선한 목자의 집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티라우 협동교회(Co-Operating Church)였다.
팀 댁 목사(Rev. Tim Dack)가 담임하고, 십자가 안에서 인생길을 안내하는 듯한 선한 목자 그림과 성령 안에서의 코이노니아를 상징하는 교회 로고들과 함께 누구든지 환영한다(All Welcome)는 안내판이 교회당 창문에 그려 있었다.
폴모의 설명으로는 작은 동네에서 교파마다 교회당 건물을 갖기보다는 여러 교파 배경의 회중이 한 건물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교회 형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교회당 건물 하나에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성공회, 순복음교회, 형제교회 등이 한 데 동거하는 형국이다. 이 교회에 나오는 이들은 자기 것을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남의 것도 존중할 줄 아는 이들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형제애라고는 조금도 없이 경쟁상대로 여기거나 심지어 소 닭 보듯 하는 교파 장벽을 우습게 여기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궤를 달리하기는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소개되기 시작한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 운동도 이런 방향으로 추진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거 참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참 신선하고 창의적인 발상이었다. 물론 안으로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저런 문제점이 노출될지 모르겠으나, 일단 대단히 혁신적이고 권장할만한 교회 형태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건물이 아니란 걸 교인들은 물론이려니와 교회 안 다니는 주민들에게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만으로도 이런 교회 형태는 좀 더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교회당 건물 안쪽엔 사무실과 교육관 또는 사택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안에 들어가 직원을 만나 간단한 자료를 얻고 싶었지만, 뉴질랜드 특유의 일찍 문 닫는 제도가 발목을 잡았다. 관심 있거나 문의할 사람은 무슨 요일과 시간을 정해 놓고 근무자가 응대하는 것 같았다. 하긴 조그만 동네인데다가 나같이 지나가던 외지인들이 흥미를 느껴 방문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생각해보니, 이들의 파트 타임 근무가 이해가 됐다. 코오퍼레이팅 교회, 겉만 보고 잠깐 스쳐지나 왔지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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