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남아 있는 잔설
Posted 2012. 2.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예년에 비해 두세 주 앞당긴 성급한 날씨 때문에 산길에도 봄이 성큼 찾아오고 있다. 아직
2월 말이라 잔설이 제법 남아 있어야 할 때지만, 모락산은 동서남북 어느 능선이나 거의 눈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비교적 햇볕을 덜 받았을 북사면마저 온난한 기운에 영향을 받아 흙땅과
마른 나뭇잎들을 원래 모습 그대로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사인암으로 오르는 계단들도 나무 밑 구석진 곳만 눈이나 얼음이 살짝 남아 그 존재를 알릴
뿐이다. 한겨울 큰 눈이라도 내린 다음엔 아이젠을 끼고 조심조심 오르내려야 했을 발걸음이
아무것도 개의치 않아도 될 만큼 흙속에 얼어 있거나 눈 쌓인 공간이 줄어들고 거의 사라졌다.
녹으면서 질퍽거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세력이 약해 그것마저 여의치 않은가 보다.
길옆 마른 나뭇잎들이 바람에 쓸려 한데 엉겨 있는 곳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한두 주 전만
해도 수북하진 않더라도 군데군데 눈이 덮여 있거나 얼어 붙어 있었는데, 이번주엔 도대체 언제
그랬냐는듯이 눈이 싹 녹아버리고 게으른 녀석들만 아주 조금 남겨놓았다. 봄비라도 내리거나
이런 날씨가 며칠 더 계속되면 그마저 남김없이 사라질 것이다.
산에서 눈을 못 보게 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역시 봄이 오면 생기가 돋고 풍경이 바뀌면서
아무래도 움추러들었던 겨울철보다 산을 찾아 나서는 발걸음도 경쾌해지고 횟수도 늘어날 것이다.
눈길을 걷거나 설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흥과는 또 다른 느낌과 생각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눈길은 눈길대로, 새싹은 새싹대로, 녹음은 녹음대로, 단풍은 단풍대로, 낙엽은 낙엽대로
좋아하니 천상 I'm a Pedestr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