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못 버팀목
Posted 2012. 3.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늘 다니는 산책길이라 웬만한 건 거의 봤고 익숙해져 특별할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새삼스레 새로 바라보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산길을 다니다 보면 오르막길을 다소 편하게
오르내리게 하려고 계단을 만들어 놓은 곳들이 많은데, 제대로 잘 연결되고 모양새도 좋은
나무계단도 있지만 대부분의 동네산엔 적당한 길이와 굵기의 나무를 하나 놓게 마련이다.
부분에 하나씩 깊게 박아 흔들리는 걸 방지한다. 작은 나무가 큰 나무를 지탱하는 형국인데,
개중엔 좀 더 튼튼하게 지지하라고 가운데에 하나 더 박아 넣기도 한다.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 조금씩 나무 계단 밑의 흙들이 파이거나 쓸려나가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제법 단단하게 박혀 제 본분을 다하려 무진 애를 쓰는 것 같다. 정 마모되고
흔들거리면 다시금 새 나무를 놓아 몇 년을 버티게 할 것이다.
수요일 점심 때 사인암에 오르다 보니, 커다란 돌계단을 받치고 있는 나무못을 보게 됐다.
바위 덩어리만으로도 스스로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길을 닦은 이들의 안전의식이 커서
노파심이 작동했나 보다. 나무못 둘이서 저보다 한참은 크고 육중한 바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해 놔서 튼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나무못들이 박힌 자리는 생각보다 견고해 보인다. 그냥 내버려 두었다면 아무 소용이
없고, 장작으로 쓰였다면 잠시잠깐만 반짝하다 사라져 버렸겠지만, 이렇게 버팀목으로 서
있으니 그후로도 오랫동안 소임을 다하는 것 같았다. 보잘 것 없고 하잘 것 없는 나무목
몇 개에 새삼스레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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