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봄날의 산책
Posted 2012. 4.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3월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봄이 본격적으로 오려는지 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다. 아침이
되면서 비는 더 내리지 않았지만 안개를 두고 갔다. 온 산이 안개에 파묻힌 듯 뿌였다. 창가에
서니 앞산 모락산이 온통 안개에 덮여 있다.
흐린 날, 평지와는 달리 산에서의 가시거리는 짧다. 이삼십 미터 앞이 안 보일 정도다.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는 날도 흔치 않은데, 맑은 날은 공기를 마시며 오르지만, 흐린 날은
색감을 마시며 걷는다. 다행히 루믹스가 풍경 색감을 그런대로 잘 잡아주었다. 내가 눈으로
본 것보다 조금 부드러운 색감을 남겨주었다.
벤치엔 바람과 함께 나뭇가지들이 그림자를 반사하고 있다. 보통 땐 앉아서 숨을 돌리는
곳이지만, 흐리고 물기를 머금은 날엔 그저 풍경의 하나가 되어 준다.
바라볼 땐 저길 언제 오르나 했지만, 뚜벅뚜벅 걷다보면 어느새 몇 걸음 안 남아 있다. 늘
이쯤 와서야 비로소 꾀 부리지 않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사인암에 오르면 탁 트인 시원한 풍경이 일품인데, 안개 낀 날은 바로 아래도 구분이 안될
정도로 온통 회색지대다. 두어 걸음만 더 내딛으면 낭떠러지라 호흡과 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그러고보니 저 밑에서부터 고개를 내밀고 있는 나무들의 키가 제법 크다. 안개가 아니었으면
멀리 보이는 시내나 관악산 바라보느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하나가 막히니 다른
하나가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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