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래야만 하나요
Posted 2012. 3.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몇 년 동안 점심시간에 잘 다니던 모락산 사인암 산책로 가운데 주등산로가 아닌 우회길
하나가 작년 가을부터 폐쇄됐다. 산길이면 대개 국유지나 공공용지라 산림방지 등 휴식기가
아니면 이럴 일이 없을 텐데, 개중 일부가 문중의 사유지였던 모양이다.
그분들 입장에서야 자기네 땅이 등산로로 활용되는 게 썩 개운하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문제는 등산객들 가운데 묘지를 밟고 다니거나 밭의 소출이나 나무 열매 등을 훼손시키는
일이 종종 발생해 속을 끓이다가 급기야 출입통제 현수막과 철조망을 내걸기에 이른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다니던 길이 막혀 대략 난감해 하면서 몇 달을
이리론 다니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만에 우연히 그 길로 접어드니 출입통제를 알리는 노란 현수막에 누군가가
매직으로 메모를 남겼다. 뜻밖에도 이 땅 주인이 목사님인 모양인데, 이런 약간 몰상식한(?)
통제에 뿔이 난 모양이다. 사실관계나 전후사정을 잘 몰라 어느쪽에 문제가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산에다 이렇게 철조망을 둘러댄 건 그리 보기 좋지 않아 보였다.
앞이 막혔으니 뒤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이런 데는 반드시 개구멍이 있기 마련이다.^^
조금 위로 사람이 허리를 굽혀 몸을 뺄 수 있을 정도의 틈이 보였다. 음~ 철조망 살 돈이
조금 모자란 모양이군, 하면서 가뿐히 들어가 주셨다. 이런 건 일도 아니제.
그렇게 조금 올라가다 보니, 드디어 철조망 지대가 끝나는 지점이 나왔다. 뭐여! 재산과
소유 주장하려면 온 산을 막아야지, 겨우 여기서 끝냈어. 여긴 완전 자유출입이네. 끝까지
감당할 것도 아니면서 땅주인 괜히 인심만 잃었다.
여기까지는 뒤에서 누가 부를까봐 신경이 쓰였지만, 예부터는 아무도 내 걸음을 막을 수
없다. 낙엽들 사이로 난 아주 작은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니 나무들이 조금은 지저분해 보였던
철조망길을 완전히 가려버린다. 제대로 막을 수도 없으면서 주인은 도대체 무슨 심산으로
산길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걸까?
다소간 불편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사유지임을 알리면서 정중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톤으로
건전 산행을 당부했으면 서로가 좋았을 텐데, 괜한 실력행사로 주인만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러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