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Posted 2012. 5.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요 몇 년 사이, 산책과 등산이 내남 안하는 이가 없는 국민운동이 되면서 산에는 전에
없던 안전시설들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두 손 두 발로 조심조심 오르내리던 미끌미끌
바위길엔 수월하게 걸어다니도록 나무 계단이 생기고, 아슬아슬 낭떠러지길엔 안전 펜스가
설치되고, 어질어질 조금 경사가 있다 싶은 곳엔 밧줄을 매놓았다.
산길을 오르다가 밧줄을 보면 대개는 일단 걸음을 멈추고 오르막 경사나 거리 등을
살펴보게 된다. 밧줄을 만나기 전까지는 다리로만 걸었는데, 밧줄을 붙잡고 오르내리는
길은 두 발과 함께 손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이 내려 미끄러운 겨울산에서
만나는 밧줄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약간의 안전감을 더해 준다.
밧줄이 길게 늘어져 있으면 처음엔 올라갈 건지, 아니면 괜히 무리하지 말고 이쯤에서
돌아설 것인지를 잠시 고민하게 된다. 오육백 미터급의 동네산 - 내가 사는 하남이나 인근
팔당의 산들은 대개 이 높이다 - 에도 꼭 몇 군데는 밧줄이 설치돼 있는데, 처음엔 살짝 긴장해
조심조심 잡고 오르다가, 점차 익숙해져 나중에는 밧줄의 도움 없이 그냥 오르내리게 된다.
물론 겨울 눈산이 되면 군말하지 않고 꼼짝없이 밧줄에 의존해야만 한다.
예빈산 직녀봉 오르는 길 막바지에도 밧줄이 있는데, 여긴 밧줄을 팽팽하게 고정시키지
않고 땅에 늘어뜨려 놓았다. 잡을 사람은 잡고 가고, 뭐 그냥 대범하게 올라가도 크게 위험하진
않은 구간이다. 엇비슷한 길이에 오른쪽은 굵고, 왼쪽은 조금 가느다란데, 이럴 경우 대개는
오른쪽 길로 가게 마련이다. 밧줄이 튼실해 보이고 바위도 오름직해 보이기 때문이다. 왼쪽
길은 숲에 살짝 가려져 있기도 하거니와 밧줄이 얇은 게 처음엔 조심스럽다.
초행길엔 조금 망설여져도 다니다 보면 조금 경험이 쌓이면서 한 번은 이 길로, 다음엔
저 길로 가는 용기도 생기고,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걷는 재미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조합이다. 누가 이런 데 밧줄을 설치하는 수고를 했는지 모르지만, 행여
없었다면 통과하는데 조금은 힘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없던 안전시설들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두 손 두 발로 조심조심 오르내리던 미끌미끌
바위길엔 수월하게 걸어다니도록 나무 계단이 생기고, 아슬아슬 낭떠러지길엔 안전 펜스가
설치되고, 어질어질 조금 경사가 있다 싶은 곳엔 밧줄을 매놓았다.
산길을 오르다가 밧줄을 보면 대개는 일단 걸음을 멈추고 오르막 경사나 거리 등을
살펴보게 된다. 밧줄을 만나기 전까지는 다리로만 걸었는데, 밧줄을 붙잡고 오르내리는
길은 두 발과 함께 손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이 내려 미끄러운 겨울산에서
만나는 밧줄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약간의 안전감을 더해 준다.
밧줄이 길게 늘어져 있으면 처음엔 올라갈 건지, 아니면 괜히 무리하지 말고 이쯤에서
돌아설 것인지를 잠시 고민하게 된다. 오육백 미터급의 동네산 - 내가 사는 하남이나 인근
팔당의 산들은 대개 이 높이다 - 에도 꼭 몇 군데는 밧줄이 설치돼 있는데, 처음엔 살짝 긴장해
조심조심 잡고 오르다가, 점차 익숙해져 나중에는 밧줄의 도움 없이 그냥 오르내리게 된다.
물론 겨울 눈산이 되면 군말하지 않고 꼼짝없이 밧줄에 의존해야만 한다.
예빈산 직녀봉 오르는 길 막바지에도 밧줄이 있는데, 여긴 밧줄을 팽팽하게 고정시키지
않고 땅에 늘어뜨려 놓았다. 잡을 사람은 잡고 가고, 뭐 그냥 대범하게 올라가도 크게 위험하진
않은 구간이다. 엇비슷한 길이에 오른쪽은 굵고, 왼쪽은 조금 가느다란데, 이럴 경우 대개는
오른쪽 길로 가게 마련이다. 밧줄이 튼실해 보이고 바위도 오름직해 보이기 때문이다. 왼쪽
길은 숲에 살짝 가려져 있기도 하거니와 밧줄이 얇은 게 처음엔 조심스럽다.
초행길엔 조금 망설여져도 다니다 보면 조금 경험이 쌓이면서 한 번은 이 길로, 다음엔
저 길로 가는 용기도 생기고,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걷는 재미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조합이다. 누가 이런 데 밧줄을 설치하는 수고를 했는지 모르지만, 행여
없었다면 통과하는데 조금은 힘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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