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좀 얹어놓을게
Posted 2012. 5.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 가운데 종종 우리네 사는 모습과 흡사한 게 보여
킥킥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원래는 땅속 안 보이는 곳으로 뿌리를 내려 그네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알 도리가 없지만, 가끔은 나무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피곤했던지 그냥 슬쩍
옆의 뿌리 위로 발을 올려 놓곤 한다.
한 나무에서 나온 뿌리들이니까 족보를 따지자면 형제간쯤 될 터인데, 그래도 안
보이는 땅속에서는 몰라도 이렇게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픈된 장소에서 수작을 거는 건
대단한 강심장이 아닐 수 없다.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옆사람 다리 위로 다리나 발을 슬그머니 얹을 때의
즐거움과 쾌감을. 특히 많이 걷거나 등산이라도 해서 뻑적지근한 다리를 염치불구하고
슬쩍 얹어 놓을 때의 그 시원함을 말이다. 당하는 쪽에서야 눌리고 무겁고 갑갑할 수도
있지만, 얹는 쪽에선 비록 잠시잠깐일지라도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나무의 뿌리는 인내심이 대단했거나 마음이 넉넉했는지, 작은 뿌리의 도발에
정색하거나 바로 밀어내지 않고 못 이기는 척 받아주고 있었다. 참 좋은 성품이다.
그런데 저렇게 너무 오래 다리를 얹어 놓았다간 곧 피가 잘 안 통해 저려올 텐데, 그후로
어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산에 하도 나무가 많아 어떤 나무인지 일일이 확인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I'm wandering > I'm a pedestri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망 좋은 견우봉 (2) | 2012.05.23 |
---|---|
산에서도 하고 싶은 일 (2) | 2012.05.21 |
산에서 하는 그림자놀이 (2) | 2012.05.12 |
백구와 함께한 예빈산행 (2) | 2012.05.11 |
개팔자가 상팔자 (2) | 2012.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