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도 하고 싶은 일
Posted 2012. 5.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지난주일 오후 유길준 묘소 방향으로 해서 검단산에 올라갔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방향으로 내려오는데, 정상 바로 옆 작은 공터에서 남녀 한쌍이 정겨운 포즈로 목하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네시 반쯤 됐고, 정상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빤히 볼 수
있는 등산로 계단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볕 좋은 자리였다.
그런데 그 포즈가 조금 재미있었다. 백두 대낮이니까 남녀상열지사 까진 아니어도
산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껴앉고 누워 자는, 보기에 따라서는 약간 거시기한 포즈였다.
추측컨대 정상을 밟고서는 도시락을 먹으면서 반주로 막걸리 몇 잔 기분 좋게 주거니
받거니 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리 용감한^^ 일을 꾸밀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에서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여럿 있지만, 이 커플에겐 지금 이 순간 햇볕
좋은 곳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누워 노곤하고 얼큰한 몸의 피로를 다스리는 일이 제일
시급했나 보다. 조금 있다가 살짝 한기를 느끼면서 부시시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을 때는
휴일 등산도 거의 끝날 시간이어서 아마 올라올 때보다 더 빠른 빛의 속도로 내려와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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