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 수 없는 등산 본능
Posted 2012. 6.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조개울에서 예빈산 견우봉 올라가는 길은 이 일대 예봉산, 검단산, 예빈산 등산로들
가운데 제일 가팔라 여름철에 오르려면 땀깨나 흘릴 만한 코스다. 다행히 견우봉이 590미터
정도 되는 동네산이고, 초보 등산객들도 누구나 인내심만 단단히 무장해 조개울부터 쉬지 않고
올라가면 한 시간 정도, 중간에 두어 번 3-4분씩 물 마시면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더라도
시간 반이면 오를 수 있는 매력적인 등산로다.
요즘은 둘레길 문화가 유행하면서 산길에도 중간중간 나뭇가지에 리본들을 매 놓아서
길을 잃을 염려는 별로 없는데, 그래도 간혹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헷갈리는 구간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 코스에도 한두 번 그런 곳이 나오는데, 중턱을 지나면 갈림길 하나가 나타나
살짝 당황할 뻔 했는데, 다행히 나무에 오래된 안내판 조각이 달려 있었다.
낡은 안내판은 그나마 밑쪽 절반이 잘려 나가 뭐라고 쓴 건지 바로 해독할 순 없지만,
산길 안내판에 다른 걸 써 놨을 리 없고, 남아 있는 획들에 의지해 대충 추리하면 등산로라고
써 있었으리라고 짐작됐다. 뭐 틀려도 어쩔 수 없지만, 또 하나의 힌트는 나무판이 가리키는
방향인데,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 올라가는 길임을 보여준다.
가끔 짖꿎은 사람들이 표지판을 거꾸로 돌려놓는 장난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여긴
친절하게도 위에다 작은 구멍 두 개를 뚫고 철사로 나무와 연결시켜 고정시켜서 그럴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 표지판이먀말로 나같은 이 길 초행자에겐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감출 수 없는 등산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쭈욱 앞으로 나아가 견우봉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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