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묘
Posted 2012. 6.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조개울에서 예빈산 견우봉까진 제법 경사가 있어 땀은 좀 나지만 등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좋은 코스이다. 20분 넘도록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가 처음으로 약간 평평한 곳이
나와 숨을 돌리는데, 중간쯤에 놓인 돌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 게 어째 제단 같기도 하고 묘지석
같아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긴 쪽이 1미터쯤 되는 봉분 없는 가족묘였다. 글자가 흐릿해 다 읽히진
않았지만, 마지막 두 글자가 합묘(合墓)이고,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는 기둥석으로 봐서 전에는
묘지가 있던 곳이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묘지인데, 다만 그 모양새가 둥그렇거나 길쭉한 봉분 형태가 아닐
뿐이었다. 무슨 연유로 묘지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일견 바람직해 보였다. 전통적인
묘지가 갖고 있는 분위기가 거의 안 나고,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평평한 바위가 놓인 것처럼
보인다. 제단의 귀퉁이들은 풍상(風霜)에 깎이고, 돌에 새겨진 글씨마저 흙이 끼어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글씨가 새겨진 줄 모를 정도다.
아닐 수도 있지만, 혼자 상상해 봤다. 모르긴 해도 개명(開明)한 후손들이 처음엔 봉분이
있던 무덤을 가족묘로 만들면서 번거롭게 이것저것 세우거나 꾸미지 않고 그저 자연 속의
하나로 없는 듯 있게, 있는 듯 없게 만든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런 열린 생각과 시도는
좀 더 널리 권장되어야 하고, 그리 된다면 산중 풍경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있는 좋은 코스이다. 20분 넘도록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가 처음으로 약간 평평한 곳이
나와 숨을 돌리는데, 중간쯤에 놓인 돌이 평범해 보이지 않는 게 어째 제단 같기도 하고 묘지석
같아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긴 쪽이 1미터쯤 되는 봉분 없는 가족묘였다. 글자가 흐릿해 다 읽히진
않았지만, 마지막 두 글자가 합묘(合墓)이고,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는 기둥석으로 봐서 전에는
묘지가 있던 곳이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묘지인데, 다만 그 모양새가 둥그렇거나 길쭉한 봉분 형태가 아닐
뿐이었다. 무슨 연유로 묘지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일견 바람직해 보였다. 전통적인
묘지가 갖고 있는 분위기가 거의 안 나고,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평평한 바위가 놓인 것처럼
보인다. 제단의 귀퉁이들은 풍상(風霜)에 깎이고, 돌에 새겨진 글씨마저 흙이 끼어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글씨가 새겨진 줄 모를 정도다.
아닐 수도 있지만, 혼자 상상해 봤다. 모르긴 해도 개명(開明)한 후손들이 처음엔 봉분이
있던 무덤을 가족묘로 만들면서 번거롭게 이것저것 세우거나 꾸미지 않고 그저 자연 속의
하나로 없는 듯 있게, 있는 듯 없게 만든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런 열린 생각과 시도는
좀 더 널리 권장되어야 하고, 그리 된다면 산중 풍경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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