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당리 주먹손두부
Posted 2012. 6.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야매목장 식구들과 남한산성 나들이를 마치고 괜찮은 식당을 알게 됐다. 산성 주차장에서 광주 방면으로 내려오다 보면 불당리 팻말이 보이는데, 그쪽으로 들어가면 음식점이 여러곳 나오는데 그중 하나다. 그러니까 하남이나 광주 방향에서 산성에 진입해 조금 운전하다가 불당리 쪽으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는 집이다.
주먹손두부란 상호대로 이집의 대표 메뉴는 두부와 묵인데, 두부로 만드는 요리가 제법 훌륭한 집이다. 주인의 딸이 태권도 선수라 부모 마음에 현수막을 붙여놨는데, 그날도 중간에 박수 치며 잠시 시끄러웠다. 대회에 출전한 딸이 금메달을 땄다며 흥분했는데 뭐, 그렇다고 손님들에게 오늘 주문한 거 몽땅 무료, 이런 서비스는 없었다.^^
두부 요리 두 가지를 주문했는데, 1번타자는 두부철판스테이크. 이름과 아이디어가 기발했는데, 철판에 들기름 둘러 지글지글 구워 낸 두부는 고소하기가 그지없었다. 두부 맛이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이들은 나처럼 그 동안 마트 두부만 먹고 이런 두부를 못 먹어본 사람일 것이다.
김도 들기름에 재서 구면 더 고소하듯이, 들기름에 구운 두부는 맛에서나 비주얼에서나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한 판에 만원이니까 값도 착한 편이다. 곁들여 나오는 묵은 김치와 한데 올려 한 입 베물면 아, 궁극의 맛이다.
2번타자는 두부집이라면 어디나 있는 모두부. 길죽한 접시 양쪽에 이 집 특유의 둥그런 두부 한 모씩을 먹기 좋게 잘라 볶은 김치와 함께 내는데, 역시 한 판에 만원이다. 들기름에 구운 두부가 스테이크라면 생두부를 그냥 내오는 이 모두부는 육회쯤이라고나 할까. 둘 사이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두부 하나는 정말 잘 만드는 집이다.
두부가 각이 지지 않고 둥그런 게 신기해 먹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모양을 냈을까 궁금했는데, 식당 한켠에서 막 두부를 쑤고 있는 걸 보면서 풀렸다. 누르지 않고 그냥 천으로 둘러 자연스런 모양이 나오는 것 같았다. 식당에 와서 먹는 이들 말고도 두부만 사러 오는 이들이 제법 되는지, 휴일 오후긴 했어도 손님들의 주문에 바쁜 것 같았다.
3번 타자는 주당(酒黨)들이 좋아라 하는 산성 막걸리. 난 마시는 것보다 동네마다 독특한 브랜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일어서면서 갓 쑨 두부 한 모씩 사서 집에서 기다리던 가족들과 잘 먹었다. 다음엔 묵사발이나 묵무침도 먹고, 두부 전골도 한 냄비 시켜 먹어야겠다. 어쩌면 두부만 사러 일부러 들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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