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얼을 돌리세요
Posted 2010. 3. 26. 16:18,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창고와 자료실에 이것저것 어지럽게 놓여 있던 것들을 정돈하고 버릴 것을 추려냈다.
이런저런 쓰레기가 꽤 나왔다. 수고한 직원들과 산책길에 봐 두었던 연푸름이란 한정식
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식사 후 카운터 앞에 예쁜 미국 전화기가 소품으로 걸려
있길개 찍어봤다.
빨간색 공중전화로 위에 25전, 10전, 5전 동전을 넣게 되어 있는데, 기본 통화료는
10전인듯 싶다. 다이얼 중앙에 1957이란 숫자가 보이는 걸로 봐서 그 해에 CROSLEY사에서
만든 전화기인가 보다. 50년이 넘은 골동품인 셈이다. 맨밑에는 동전을 돌려 받는 구멍이
보이는데, 아마도 살살 잡아 당기거나 꺼내라는 의미로 하트 모양의 손잡이가 보인다.
요즘은 공중전화 걸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우리나라 공중전화는 꾹꾹 누르게 되어
있었다. 이 전화기는 올드 스타일 그대로 다이얼을 돌리게 돼 있다. 요즘에야 다들 휴대폰으로
꾹꾹 누르거나 단축번호 하나만 꾹 누르는 세상이지만, 옛날 전화는 드르륵 드르륵 돌리면서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고, 그러다보니 0번을 포함한 큰 숫자는 돌리는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골동품까지는 아니어도 가끔 옛날에 쓰던 물건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하긴 나도
이 전화기 비슷한 나이이니, 나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세월의 풍상을 겪으면서 올드 버전,
올드 타입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사용하진 않으면서 관상용으로 걸어두는
골동품 취급은 안 당해야 할 텐데, 시간은 점점 흘러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