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더위는 난생 처음
Posted 2012. 7. 1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
전혀 예상 못했던 실수와 함께 라스베가스에 입성한 우리는 다음날 낮에 평가회를 마치고 합류한 Shiker님을 공항에서 만나 예약해 둔 차를 타고 3박4일 서부 여행길에 나섰다. 그랜드 캐년-브라이스 캐년-자이언 캐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 그랜드 캐년 가는 길에 미국 대공황기에 건설된 유명한 후버 댐을 보고 가기로 했다. 엄청난 규모에 관광객도 많았는데, 더 놀라웠던 것은 이곳의 끓는 온도. 오죽했으면 중간중간 붙어 있는 더위 경계문이 다른 데선 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차에 어린이나 애완동물을 두고 내리지 말고, 물을 충분히 마시라는.
몇 걸음 안 내딛었는데도 벌써부처 후끈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도저히 정상적인 구경이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g가 여행의 훌륭한 파트너 아이폰으로 이곳 낳씨를 찾아 보니 놀랍게도 화씨 104도. 미국이 쓰는 화씨(F)를 섭씨(C)로 환산하는 건 조금 귀찮지만 대충 100도가 38도이니, 104도는 가볍게 40도 되시겠다. 한 주간 온도가 45도까지 오를 거란다. 이거, 장난이 아닐세.
우리가 탄 차에는 시계 옆에 바깥 온도가 표시됐는데, 후버댐을 급히 벗어나 네바다 사막 길을 게속 달리는 동안 100도는 기본이었다. 다음날 그랜드 캐년이 있는 아리조나 주나, 브라이스와 자이언이 있는 유타 주도 95도는 기본이고 100도도 가볍게 넘어서는 폭염이 연일 계속됐다. Shiker님도 이 코스를 여러 번 왔지만 이런 더위는 별로 경험해 보지 못했단다.
그랜드 캐년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대장관을 좀 더 느껴보고 싶어 30분 정도 걸어 내려갔다가 그 배만큼 걸려 올라오는 기본 트레킹 코스에 도전했는데, 여기도 더위 경고문이 그림과 함께 군데군데 붙어 있다. 꼭 더위만은 아니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내려가는 만용을 절대로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더위 정도가 아니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폭염 가운데서도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게 적당한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조금 힘들어도 그 이상의 보람이 있는 굉장한 여행이었고,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놀라운 풍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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