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중국집 동반
Posted 2012. 8. 23. 04:09,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어떻게 하다 보니 두어 주 사이에 중국집을 세 번이나 가게 됐다. 한 번은 미국에서 온 김도현 교수를 모시고, 두 번은 직원들과 함께 점심시간에 갔는데, 각각 다른 집이었다. 그 가운데 직원들과 함께 간 의왕시 동반이란 중국집만 사진을 남겼다.
백운호수로 들어서서 허브앤죠이 지나 첫 번째 길로 우회전하면 의왕 오전동과 고잔으로 가는 나즈막한 산길이 나오는데, 5분쯤 내려가면 도로변에 별로 있어 보이지 않는 간판을 단 단층 중국집이 보인다. 그래도 일품 중국요리라고 써 있는데, 단품이라기보다는 First Class 또는 끝내주는 맛이란 의미로 읽어주어야겠지.^^
밖에 내건 현수막을 보고 만2천원 받는다는 점심 코스를 먹으러 간 건데, 벽에 붙은 메뉴를 보고선 만5천원 짜리를 시켰다. 식사를 빼고 요리가 네 가지가 나오니 가격 대비 메뉴 구성이 일단 괜찮아 보인다. 그 다음 코스도 실해 보이는데, 그건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먹어봐야겠다.
반찬 4총사가 먼저 차려졌다. 요즘 한국의 중국집 반찬은 고객들의 입맛을 고려한 맞춤 전략으로 웬만하면 깎두기가 나오는데, 나쁘지 않다. 단무지와 양파만 나오거나 짜사이 정도가 보통인데, 김치맛을 필요로 하는 한국인 입맛에는 깎두기가 제격이다.
1번 타자로 메뉴와 달리 유산슬이 먼저 나왔다. 원래 이것부터 주는 건지, 아니면 다른 테이블의 서빙 순서와 맞춰 함께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만5천원 짜리 코스 요리에 유산슬 주는 집은 거의 못 봤다. 5명이 가서 우리 테이블엔 둘이 앉았으니 2인분이 나온 건데, 양도 괜찮고 온기가 있는 게 맛도 괜찮았다,
다른 중국요리는 이름을 보면 대충 알 수 있지만, 유산슬(溜三絲, liusansi)은 몇 번 먹으면서도 어떻게 만드는 건지 궁금했는데, 사전적 설명이 도움이 된다. 육류와 해산물을 가늘게 채 썰어 볶은 후 걸쭉하게 만든 중국요리로, 유는 녹말을 끼얹어 걸쭉해진 것을, 산은 세 가지 재료를, 슬은 가늘게 썬 것을 뜻한단다.
유산슬을 반쯤 먹었는데 2번타자로 탕수육이 급하게 따라나왔다. 다들, 우와~ 이 집 서빙 한 번 빠르네, 한 마디씩 하고선 이내 먹던 일에 다시 집중한다. 탕수육은 겉감이 쫄깃했는데, 찹쌀로 옷을 입혀 찹쌀 탕수육으로 불렀다.
3번타자는 화이트 중새우인데, 제법 굵직한 새우 튀김이 1인당 두 마리씩 양상추에 화이트 쏘스와 함께 나왔다. 이 정도 되면 분명히 5인분 10마리 중에 한두 마리는 남게 되는데, 그건 식성 좋은 내 차지가 된다.^^
4번타자도 역시 탕수육과 새우를 반쯤 먹고 있는데 쏜살같이 나왔다. 꽃빵에 넣어 먹는 고추잡채인데, 피망과 양파, 버섯과 쇠고기를 굴쏘스를 넣고 볶아 간이 잘 배었다. 네 가지 모두 양이 적지 않아 남자들만 가도 배 고프단 소린 안 나올 것 같다. 모름지기 식당은 이래야 한다. 정말 끝내주는 맛으로 양과 관계없이 혀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바에야 재료와 양념 아끼지 않고 팍팍 써서 양으로라도 승부를 걸어야 다음에 다시 찾을 맘이 생긴다.
그리고 식사는 짜장과 짬뽕 중 고르게 돼 있는데, 앞에 먹은 것들이 느끼해 셋은 짬뽕을, 둘은 짜장을 시켰는데, 짜장과 짬뽕도 으레 이런 코스요리에서 나오는 시늉만 내는 꼬딱지만한 양이 아니라, 반그릇이 넘는 제법 많은 양이 나왔다, 정말 이 집 양과 서빙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 같다. 맛도 대체로 무난했다.
그런데 짜장을 시킨 이들은 그런대로 괜찮다고 했지만, 짬뽕 맛이 화룡점정이 아니라, 막판에 착지 실수를 범한 체조 마루나 도마 선수 마냥 감점 요인이 있었다. 내용물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국물맛이 조금 부족했고, 면을 버무려 함께 먹을 때 땡겨주는 맛이 많이 부족했다. 할 수 없이 고명 위주로 건져먹었다. 배도 불렀고 해서리.^^
역시 식사와 함께 서빙된 후식은 찹쌀경단과 리찌. 리찌는 먹고 경단은 누군가 싸 왔다. 벽에 붙여 놓은 다른 메뉴들도 특색 있었는데, 다른 데서 별로 보지 못했던 인절미 탕수육, 오리깐풍기, 부귀새우 등과 함께 딘타이펑에서 먹은 소룡포(샤오룡빠오)도 있어 반가웠다. 이러면 이 집을 다시 찾을 이유가 충분히 있다.
만5천원 값은 충분히 하는 맛과 양이었다. 백운호수 초입에도 지점이 있으며, 홀과 모든 방이 의자에 앉는 테이블 스타일이 아니라, 신발 벗고 책상다리로 앉아야 하는 철퍼덕 스타일이라 약간 컨트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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