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렛 만들기
Posted 2012. 8.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이번 미국 서부여행에서 새로 먹어본 음식 가운데 스킬렛(Skillet)이란 게 있다. 아침이나 브런치로 먹기에 좋은데, 오믈렛(Omelette)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메뉴였다. 미국 남부 지방에서 개발된 메뉴라는데, 마침 우리가 들린 식당에 이 메뉴가 있었다. 미쿡 식당답게 오믈렛이나 스킬렛 1인분이 양이 장난이 아니다. 저기에 구운 식빵 두 조각까지.
스킬렛은 원래는 쇠로 만든 자루 달린 후라이팬을 일컫는 말로. 뜨겁게 달군 후라이팬 위에 감자를 비롯한 야채볶음을 올리고 달걀 프라이나 스크램블을 얹어, 먹는 동안 음식의 열이 유지되게 만든 겨울 음식으로 개발된 것 같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스테이크를 썰어 넣거나 베이컨, 소시지 등을 넣어 이름을 붙인다.
먹어본 음식을 재현하는데 별 관심도 재주도 없지만, 스킬렛은 만들기도 그리 어렵지 않고, 만들어 놓으면 분명히 환영 받을 것 같아 벌써 두 번 시도해 봤는데, 결과는 예상대로 식구들의 대만족이다.^^ 식구들의 식성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준비한 재료는 냉장고에 있던 소시지와 치즈, 파와 양파, 브로콜리에 달걀 4개, 그리고 냉동 해쉬 브라운 3개. 피망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없는 건 패스. 칼질이 조금 서툴러 재료 써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게 약간 불만이다. 이것도 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먼저 잘게 썬 야채를 들들 볶아준다. 볶는 순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런대로 색깔도 조화를 이루고, 뭔가 될 것 같은 모양이다. 여기에 밥을 넣고 더 볶으면 볶음밥이 될 테고, 오믈렛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킬렛에 빠져선 안 되는 게 감자인데, 생감자를 채썰어 볶으면 모양도 좋고 맛도 더 나겠지만, 그것까지 내게 요구하는 건 무리다. 냉동실에 있는 해쉬 브라운을 익힌 다음에 잘게 으깨 부숴준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아이디어가 솔솔 나오는 걸로 볼 때 확실히 나으 JQ(잔머리 지수)는 수준급이다.^^
그 다음엔 달걀 스크램블을 만든다. 기호에 따라 달걀 프라이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스크램블은 먹기도 부드러워 늘 해 보고 싶었지만 어려울 것 같아 안 했었는데, 달걀을 풀어 빠르게 휘휘 저은 다음에 후라이판에서 다시 한 번 저어주면서 대충 휘적이면 되는 정말 초간단 계란 요리더군. 이때 치즈를 얹고 함께 저어주면 고소해지고 간이 조금 밴다. 스크램블은 레스토랑처럼 다른 재료 위에 덮어도 되고 우리처럼 따로 먹어도 된다.
달군 접시는 아직 장만하지 못했으니까 그냥 아침에 먹는 큰 코렐 접시에 볶은 야채들과 스크램블을 적당량 담고 코스트코에서 사 온 로즈마리 빵이나 건포도 빵을 한두 쪽 올린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이번에 Shiker님에게 들은 대로 케찹 위에 핫쏘스를 뿌려 먹는 게 포인트다. 사모님의 레시피라는데, 케찹과 핫쏘스의 재발견이었다.^^ 뭐 기호에 따라 다른 쏘스를 써도 될 거고, 심지어 고추장을 살짝 비벼 먹어도 괜찮을 것이다.
빵 대신 계절에 따라 오렌지나 사과 또는 다른 과일을 내놓아도 훌륭한 브런치가 될 것이다. 요즘 우린 우유에 냉동 블루베리를 섞어 갈아 먹는데, 여기에 막 내린 커피 한 잔 곁들이면 주말 아침 식탁은 더할나위 없이 풍성해지고 유쾌한 분위기가 창조된다. 늦게 일어난 막내는 양이 많아 밥을 한 덩이 넣어 볶아주었는데,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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