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요 근래 가장 무더웠던 8월초에 안산에 있는 동산교회에서 선교한국대회가 열렸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도 썩 시원하진 않았는데, 오후에 잠깐 짬이 나서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어린이교통안전체험장을 둘러봤다.

꼬마들이 주로 가는 곳인지라 어른인 내 흥미를 끄는 특별한 건 없었지만, 길가에 세운
담벽에 폭스바겐 풍의 노란색 꼬마자동차 붕붕을 반쪽만 돌출시킨 장식물이 신기해 보였다.
작가는 차 한 대를 그냥 바닥에 전시하는 건 너무 흔해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동시키려고
이런 아이디어를 낸 모양이다.

데자뷰, 이런 구도의 장식을 어디서 본 듯 싶어 곰곰 생각해 보다가 그 한 달 전 서부
국립공원 여행을 마치고 라스베가스의 아침 스트립 거리를 걷다가 본 오토바이가 생각났다.
오토바이계의 루비통 할리 데이빗슨 컨셉으로 꾸민 카페 앞에 오토바이 앞바퀴 부분만 돌출시킨
장식물이 신기해 보여 찍었는데, 아마도 이런 디자인 흐름이 있는 것 같았다. 카페 내부도
볼만 했을 것 같은데, 이른 아침이라 오픈하지 않아 바깥만 보다 왔다.

실제로 할리 데이빗슨은 오토바이치곤 몸체가 크고 육중한 편인데, 앞바퀴와 핸들만으로도
박진감이 넘쳐보였다. 공중에 설치해 바퀴 밑바닥과 엔진 하단부가 완전히 드러나니까 벌써부터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그 속도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냥 한 대를 세워 놓은
것보다 왠지 더 빠르게 달리는 것 같고, 훨씬 스릴 넘쳐보이는 구도다.

반만 드러낸 자동차와 오토바이 장식물을 보면서 흔하거나 뻔하지 않은 작가의 창의력을
볼 수 있었고,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드는 관점과 솜씨가 보기 좋았다. 다소 파격적이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하게 일단 시도해 보는 용기가 박수를 받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테일(Detail)을 중요하게 여겨왔지만, 이런 임팩트(Impact)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