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아 아침 산책
Posted 2010. 12. 9. 11:12,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노천 유황 온천인 폴리네시안 스파(Polynesian Pools)에서 한밤중에 특별한 온천욕을 즐겼다. 너무 늦게 가서 폐장시간까진 한 시간 남짓 남았지만, 그 정도로도 남반구의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온천욕 즐기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딱 한 가지만 빼놓고.
약간 어두운 곳이 호수로 연결되고 있었는데, 중간에 무심코 겁도 없이 혼자 몇 걸음 내딛다가 그만 보기 좋게 넘어지고 만 것이다. 완만한 계단 같은 길이 갑자기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손바닥과 오른쪽 어깨와 엉덩이 아래로 제법 타박상을 입었다. 두 주 정도 됐는데도 그 상처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으로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 호텔 근처를 산책하다가 로토루아 호수(Lake Rotorua)로 연결되는 작은 숲길에 들어섰다. 유황 냄새가 자욱한 게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우연히 들어선 길인데, 귀국해 검색해 보니 테 아리키로아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유황(Sulphur) 증기 지대로 뉴질랜드의 10대 탐조지 중 하나로 꼽을 만큼 많은 새를 구경하는 포인트였다. 와우~ 내가 이런 행운을 맛봤다니! 진짜 새가 많았다.
갈매기와 가마우지를 비롯해 여러 물새류의 서식지였던 것이다. 새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던 나는 그저 부리가 빨갛고 까맣다든지, 몸통 아래쪽에서 꼬리까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새들이 그저 신기하게 보였다.
유황을 분출하는 풍경은 멀리 봐도 가까이 봐도 신기했다. 내가 밟고 서 있는 땅이 계속 끓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하늘의 구름과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오래 전에 마오리족은 유황 온천과 진흙탕을 음식을 해 먹거나 목욕물로 이용했단다. 유황천으로 인해 나무나 식물이 자라지 못할 것 같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거뜬히 공존하는 끈질긴 생명력은 경이로웠다. 사진도 찍을 겸 거수 경례를 붙여봤다.^^
고사목은 그 자체로도 멋있다. 어떤 나무는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을 지낸다고 하는데, 이 친구들이 그러지 싶었다. 냄새는 진했지만 물 색깔은 뿌옇고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걷다가 팜 투어(Farm Tour)가 예약돼 있어 아쉽지만 돌아가야 했다.
'I'm traveling > Kiwi NewZea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같은 로토루아 박물관 (0) | 2010.12.11 |
---|---|
신나는 팜 투어 (8) | 2010.12.10 |
사슴전골과 아이스크림 (0) | 2010.12.08 |
Craft World (12) | 2010.12.06 |
Devonport의 오래된 책방 (2) | 2010.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