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Posted 2013. 3. 3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영월에서 모운동 구경을 마치고 산꼬라데이길을 꼬불꼬불 돌고 돌아 내려오면 평지가 시작되는 도로 옆, 그러니까 모운동에서 내려온 길을 굽이길이라 이름 붙인 통나무 안내판이 보이는데, 그 옆에 계곡물을 큰 돌로 막아서 길손들이 잠시 발을 담그며 산행의 피로를 풀도록 족탕을 만들어 놓았다.
얼추 대여섯 명은 한 번에 둘러앉을 수 있는데, 아직 서늘한 느낌이 남아 있는 요즘 같은 계절엔 그냥 지나쳐야 했지만, 한여름에 오면 아주 요긴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한여름엔 이렇게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다가 동절기와 환절기엔 온천수로 바뀌면 끝내주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 봤다.
손발만 아니라 마음까지 씻도록 나무에 글을 새겨 놓았는데, 어느 짖꿎은 이가 안내판에 장난을 해 놓았다. 나름대로 원래 있던 글씨체와 엇비슷하게 써 놓아서 잘못 보면 처음부터 그리 새겨 놓은 줄 알겠는데, 웃어주면서도 꼭 이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들이 있네 하면서 혀를 끌끌 차 주었다. 하나를 더 씻으란 건데,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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